없어져야 할 끼리끼리 문화
없어져야 할 끼리끼리 문화
  • cwmonitor
  • 승인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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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 화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 협의회


장전에 먼 곳으로 이사를 가서 교회를 옮긴 한 분의 이야기를 조금은 가슴 답답하게 들은 적이 있다.
새로 옮긴 교회에 등록을 하고 교인들하고 아무리 친해 보려고 해도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분의 표현대로라면 “도저히 다리 뻗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끼리끼리 문화로 알려진 소위 집단주의가 얼마나 강하고 뿌리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997년 도서출판 사계절에서 이화여대 한국학과의 최준식 교수가 출간한 「한국인에게 문화가 있는가」라는 책을 보면 이 사실이 잘 나타난다.

최준식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시 되고 중요하게 취급되는 사회이며,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지않는 여성적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와 다른 것을 잘 참아내지 못하는 불확실성 회피의 정도가 높은 나라라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라는 울타리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왕따시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한국사회의 풍토라는 말이다.
사실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해 소 닭 쳐다보듯 하며 ‘다름’에 대한 배려가 인색한 것이 우리네 심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나만 괜찮으면 되고, ‘우리’의 영역이 조금이라도 흔들리게 되면 못 참아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의 현실 역시 같은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영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교회의 부흥을 꿈꾸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교회에 새로 나온 사람에 대해서 관심과 배려의 자세를 가지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강조해도 지나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교회의 속내를 파보면 겉으로는 환영의 제스처를 하는 이들은 많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새로운 공동체 구성원들을 보듬기 위해 나서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여러 모로 확인할 수 있다.
공적인 환영행사나 의례적 인사는 잘 주고받는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친구가 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진 이들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통계에 의하면 적어도 6명 이상의 친구를 한 공동체 내에서 가지면 그 사람은 그 곳을 떠나지 않 는다고 한다.
이 통계대로라면 교회 내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채 앉아있는 사람이나, 한 두 사람 정도를 믿고 일단 교회로 나온 사람을 궁극적으로 교회 내에 정착시킨다는 것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할 일임에 틀림없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 또 한 두 명만 아는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6명 이상의 친구를 붙여 주고 만들어 준다는 것은 분명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 일은 ‘축복송’이나 ‘환영의 노래’를 잘 불러주는 것 이상의 과제인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교회 공동체가 끼리끼리 의식을 버리고 열린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비록 성도들 개개인의 입장에서 자기를 열어놓는 것이 어렵고, 교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영적 공동체의 울타리를 낮추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닫힌 마음과 닫힌 공동체로 교회가 존재하는 한 교회의 사명인 구원사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거의 어려운 일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끼리’라는 문화로부터의 탈출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쉽게 주지할 수 있는 바대로 주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는 결코 닫힌 공동체가 아니다.
누구라도 소외당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환영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열려있는 공동체가 주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언제까지 교회가 그 내부에 자기네들끼리만 잘 먹고 잘 노는 집단들을 양산할 것인가?
천국가서까지 그렇게 할 요량으로 똘똘 뭉쳐있는 끼리끼리 문화가 장악하고 있는 교회 내부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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