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시원섭섭하시겠어요”
“목사님, 시원섭섭하시겠어요”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10.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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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과거 한양대총동문 목회자협의회(한목회) 정기총회에서 나는 대표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총회를 앞두고 여러 회원들에게서 대표회장직을 한 번 더 맡아 줄 것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손뼉 칠 때 떠나라”, “물은 흘러야 새롭다”는 생각을 주시는 것 같았다. 지난 임기 동안 대외적으로 큰 일은 못했지만, 한목회가 살아 있는 모습은 보여 주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11월 회원 부부 수련회를 동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진 것이다. 

한목회 창립 후 처음으로 현지 학교를 방문하여 뜻있는 행사를 갖고 돌아왔다. 이 학생들은 이웃나라에서 온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인데, 한목회가 이들에게 큰 꿈과 비전을 심어 주었다고 본다. 그들이 답례송으로 아리랑에 독도를 합성한 노래를 부른 것은 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해 이 노래만 불러도 좋은 반응을 일으킬 것 같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라 여권을 만들 수 없어, 그들을 초청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전해 오는 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한목회의 역사 속에 제6대 회장에 내 이름이 영원히 기록될 것이니 큰 보람으로 남는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또한 그분의 인도하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981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은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나는 대학원 갈 생각은 전혀 못하고 1979년 재학생 신분으로 교회 개척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동기들 모임에 가니 동기 목사중 한명이 외대 대학원을 다녔다. 나는 부러운 생각에 그에게 외대 대학원 원서를 사다 달라고 하였다. 이 말이 또다른 동기 목사에게 전해졌다. 그는 내게 “전목사는 교회도 개척했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이제라도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겠다”며 여러 대학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에 한양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역자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희소식을 알려 왔다. 우리는 곧바로 이 학교에 시험을 보고 입학하였다. 입학 후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수업이 수요일 저녁에 있어, 개척교회 담임전도사 예배 인도를 못 하고 학교에 와 있는 마음이 엄마가 아기를 두고 온 심정이었다. 지금 같아서는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을 경험한 나는 이미 낸 입학금이 아까워 이를 악물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입학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합격통지서를 들고 집에 들어가니, 아버지께서 목회하신 도고온천교회 모 권사께서 전화를 주셨다는 것이다. 아내는 내가 나갔다고 하니 다시전화 준다고 한 후에 끊었다고 한다. 다음 날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밖에 나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그는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노량진 역전 지하다방에서 만나기로 정하고 급히 나갔다. 나를 만난 그 권사는 가방에서 신문에 싼 100만 원 뭉치 하나를 내게 주었다. 지난번 서광교회 들렀을때 내가 고생하는 걸 보고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한다. 딸이 모은 돈인데 어디 좋은 곳에 쓰이길 바라기에 내 이야기를 하니, 딸이 기쁘게 주어 가져왔으니 귀하게 쓰라고 하였다. 나는 순간 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준비하심을 알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도 은혜를 받았다. 이 중 60만 원으로는 입학금을 내고 40만원 으로는 중고 피아노를 사서 레슨을 하여 나를 졸업하도록 도왔으니, 이것은 은혜 중에 은혜 였다.

한양대학교는 나에게 장학금을 주어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보너스로 중등교사
자격까지 줬다. 나는 일선 목회를 하면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일찍 부흥단체에 들어가 오랫동안 일을 하였다. 나는 한양대 재단에 속한 교계 신문 국장에게 한목회 설립을 여러 번 제안 하였다. 하나님의 결재가 떨어져 2007년 6월 14일 한목회가 설립되었고, 나는 1~2대에 걸쳐 4년간 사무총장으로 살림을 맡아 일하였다. 지난 2014년 6월 26일 제6대 대표회장이 되어 2016년 6월 28일까지 임기를 마침에 하나님께 감사한다.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니 총회기사가 교계 신문에 떴다. 그 기사를 나를 아끼는 교우들과 주변 분들에게 보내 주었다. 우리교회 한 집사께서 문자를 보내 주셨다. 

“목사님! 서운하고 아쉽습니다. 충분히 연임하여 한목회를 발전시킬 목사님이신데요. 목사님 마음을 주님께서 만져 주실 줄 믿습니다. 더욱더 주님께 귀히 쓰임받으시길 기도합니다”         
또한 권사와 제자목사, 한양대 출신 장로님 등이 한결같이 “목사님! 시원섭섭하시겠어요”라고 보내왔다. 성도의 격려는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는데,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힘이 있구나 하고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지나온 나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되돌아본다. 이제 모든 것은 하나님과 역사에 맡기고 나는 과거로 되돌아가련다. 지금도 나의 현 위치는 변함없이 서광교회 담임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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