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선교지에서의 추억
친구와 선교지에서의 추억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10.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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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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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만남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태어나면 부모와의 만남이고, 다음은 성장 후 배우자와 만남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만남은 우리 인생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느냐 만나지 못했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잠시 참고 살면 되겠지만, 이것은 영생과 직결되기에 ‘필수’라 할 수 있다.

1974년도 봄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계절이다. 일반 대학을 준비하던 중 찾았던 부흥회에서 성령의 불을 받았다. 그 후 신학교에서 고신일 목사(기둥교회)를 처음 만났다. 이후 나는 늘 곁에서 그를 보았다.

세월이 지나 1974년 12월, 나는 신학교를 다니며 교회를 개척했다. 아내와 단 둘이서 예배를 드리던 때다. 그달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쓸쓸한 마음으로 있는데 그 친구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성탄절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던 쓸쓸한 개척교회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와준 그는, 정녕 하나님이 보낸 천사였다.

나는 그때의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소외된 나, 낮고 낮은 자리에 있던 나를 찾아와주었던 그 고마움을 알기에 그때 일을 교훈 삼아 나는 지금도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 도우려고 애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4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지난해 9월 그 친구가 우리 부부를 초대해 점심을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자녀들 이야기를 했다. 나의 두 아들이 선교사로 해외에 나가 있는 이야기가 나왔고, 즉석에서 선교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두 아들이 선교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로 함께 떠나게 되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려면 함께 여행을 해보라고 했던가. 43년 만에 처음으로 그와 함께하면서 친구 이전에 한 목회자인 그의 성숙한 모습이 보배로워 그의 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왜냐면 보화는 멀리서만 찾을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고 했다.

내가 본 그 친구는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덕이 많고 속정이 깊은 사람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선교에 대한 열망 하나로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선교지에 나가 있는 아들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쪽이 아리고 짠했다. 고신일 목사는 그 마음을 헤아려 선교비로 사용하라며 주머니를 털어 아들 선교사에게 주었다. 또 선교지에 오기 전 선교 통장을 열어보니 기둥교회서 보낸 선교비가 찍혀 있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이렇게 큰 선교비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 목사는 또 선교지에 온 ‘벌’로 매달 선교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나님의 마음을 아들 선교사들이 풍성히 받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선교지에서 함께하는 내내 그에게서 웨슬리의 경건한 삶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말수가 적은 아들 선교사가 말을 꺼냈다. “이번 선교는 어느 때보다 편했어요”. 가는 곳이 없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속으로 친구가 예수를 믿었으니 다행이지. 참 특수체질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하였던가. 하나님이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주셔서 마음이 참 기쁘고 뿌듯했다.

선교 표어처럼 ‘가라! 아니면 보내라!’ 하였으니, 보내심을 받은 선교사가 충성스럽게 일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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