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무너진 것이 아름답다
때로는 무너진 것이 아름답다
  • 전중식 목사(전주 산돌교회 원로)
  • 승인 2024.06.1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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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식 목사.
전중식 목사.

25일간 독일 언저리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의 말미에 들른 로텐부르크와 뷔르츠부르크는 독일 여정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딱 들어맞는 곳이었습니다.

동화같은 마을 로텐부르크는 가끔 꿈속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뷔르츠부르크 왕궁 정원의 단아함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정서를 가다듬고 여행객들을 붙잡아두기 딱 좋은 모습입니다. 무엇보다도 강건너 산자락에 위치한 뷔르츠부르크성은 독일 여정의 압권이었습니다.

밖에서 볼 때도 웅장하고 멋진 성이었지만 30분 쯤 걸어서 올라간 성은 들어가면서부터 그 규모나 성벽의 축성된 구조가 입을 떠억 벌어지게 합니다. 첫 성벽 입구에서부터 강 건너 왕궁과 시내의 뷰에 감탄이 절로납니다.

그런데 성문을 들어가도 성의 궁이 보이지 않습니다. 빙빙 돌아 들어가면서 확인하니 3중으로 축성된 성과 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철벽 그 자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성에서 내려와 강변 카페 그것도 강가 자리에서 차와 커피를 나누고 감탄을 토해내며, 독일의 아름다움과 저력에 새삼 긍정합니다. 그리고 출국 준비를 위해 프랑크푸르트 공항 부근에 자리잡은 마지막 시골마을 드라이아이히에 들렀습니다.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쉬면서 쇼핑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사람이 계획한다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모르고 낯선 날이지만 독일은 공휴일입니다. 그래서 호텔로 들어서면서 보였던 무너진 성벽 뒤쪽 마을 구경에 나섰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어선 마을이 세상에나 이렇게 독일스러울(?) 수가. 이 마을을 둘러보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알고나서 얼마나 아쉬웠을까?
마을 자체도 깔끔하고 아름답거니와 무너진 성벽과 성벽 뒷편 교회 종탑에 세워진 선명한 닭의 형상이 신비한(?) 메시지를 줍니다.

때로는 무너진 성벽이 아름답습니다. 천년만년 갈것 같지만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닌깐요. 

가끔 고목이 쓰러진 곳에 작은 나무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봅니다. 고목이 쓰러지니 작은 나무가 얼굴을 내밀고 새로운 나무도 뿌리를 내리는 거지요.

큰 나무야 너 잘 죽었다. 돌 성벽아 너 잘 무너졌다. 똥차(?)가 달리지도 못하면서, 앞을 떡하니 가로막으면 도로 정체가 극심해집니다. 알아서 적당하게 비켜줘야 도로가 숨통이 트입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나라에서 두 똥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대선판을 좌우하는 현실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때로는 무너져야 합니다. 물러서야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내가 양보하여 전체가 잘 된다면 전진 대신 물러서고 고집 말고 양보하고 무너지는 것이 버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교회당 종탑에 올려진 닭의 형상. 저는 베드로의 닭(?)이라고 부릅니나만 무너진 성벽 옆에, 교회 종탑에 세워진 닭의 모습이 그동안 봐왔던 닭에 비해서 가장 선명합니다. 하늘 빛 때문일 수도 있거니와 감동 탓(?)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무너진 탑과 조화를 이루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너는 깨어있느냐?", "네 믿음의 집은 안녕하시냐?"

감옥도 불사하고 죽음도 불사하겠다던 베드로의 회한의 음성이 들립니다.(마 26:33-35,74-75)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하여 저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니라"(벧전 5:8-9)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으로 사는 무너짐. 깨어서 믿음과 순종으로 세워지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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