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겨루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최고 득점자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때 뛰어쓰기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출연자가 바로 이 문제에서 탈락합니다.
저도 가끔 그 프로를 시청하다가 출연자가 푸는 문제를 풀어보면 당연히 어렵습니다. 띄어쓰기가 틀리면 엉뚱한 뜻이 됩니다.
우스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말. "아버지가 방 안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 안에 들어가신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가방 안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라.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터집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8)
일점 일획!
사실 소리 문자인 우리 말에서는 일점 일획이 그렇게 크게 엉뚱하게 왜곡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예를 들어서, "여보, 사랑해!"와, "여보, 사망해!"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요즘 SNS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제 아내 오경숙에게 보낼 내용을 잘못 찾아서 전경숙에게 보낸다면 보통 내용이라면 실수라고 용인되겠지만 은밀한 내용(?)이 보내졌다면 빼도박도 못하고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 불 보듯 훤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명인을 조롱할 때 쓰는 말.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 다 들어난다" "휴대폰 제출하고 비번 까라"
실제로 잘못 사용한 SNS나, 고의로 왜곡한 SNS로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오래 전 대전에 출장을 갔습니다. 일을 마치고 제공되는 호텔로 가는 길에 "전신학대학교" 간판이 보입니다. 네온사인 불빛으로 본 간판을 신호대기 중에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에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면서 다시 본 간판은 "대전신학대학교"였습니다.
"대"라는 글자가 내가 신호대기로 잠시 멈춘 곳에서는 전신주나 가로수에 가려서 안보였던 것입니다.
전신학대학교. 대전신학대학교. 글자 한 자 차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의미는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느껴집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본 간판입니다.
"동시흥분기점"
경기도 시흥시의 동쪽 방향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시그널입니다만 우리 말은 보통 두 글자씩 모아서 읽는 습관으로 읽어보면 "동시 흥분 기점"
도로공사 관계자들이 국어에 대한 기본 소양이 모자랐을 터. 소리 문자인 한글에서도 띄어쓰기가 잘못되면 엉뚱한 상상이나 결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거늘 하물며 성서 히브리어로 기록된 율법의 일점 일획이 달라지면..
신학생 시절 배운 히브리어. 지금은 읽지도 못합니다만. 일점 일획으로 전혀 다른 뜻이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소리 문자인 우리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차이가 납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율법의 정신과 의미를 왜곡하지 말 것을 강조하신 것이리라 율법의 정신과 의미를 왜곡하면?
"내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각인에게 증거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터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 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0:18-19)
주님의 말씀 잘 듣고, 주님의 경고 잘 새깁시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