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새롭게 번역한 주기도문에서는 "다만"을 생략했습니다. "다만"이라는 접속사가 앞에서 나오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와, 뒤에 이어지는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를, 어떻게 연결하는 지에 대한 해석상 논란이 많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크게 차이가 많지 않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를 보여주는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넘어갈 일입니다.
실익도 없고 별로 차이도 없는 것을 억지로 해석하거나 구별하려다가 상대를 비난하거나 악마화(?)하기 보다는 때로는 생략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직장이나 여러 공동체에서도, 사소한 차이를 용납하지 못해 서로 물고 비난하다가 피터지게 싸우는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합니까.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악의 실체에 대한 해석도 분분합니다. 악이 인격으로 나타난 "악한 자"인 마귀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넓은 의미에서 세상에 있는 모든 악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환난이나 질고 혹은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악의 실체에 대한 해석은 철학자와 성서학자 그리고 신학자들의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숙제는 전문가(?)들에게 떠넘기고 우리는 말씀을 분별하며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대로 순종하며 살아갑시다.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창 4:7)
"그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아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약 4:17)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롬 12:9)
"악행하기를 꾀하는 자를 일컬어 사악한 자라 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생각은 죄요 거만한 자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느니라"(잠 24:8-9)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살전 5:22)
악의 실체가 무엇이든지 그 모든 악으로부터 구원을 비는 기도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기도합시다. "악에서 구하소서"
물을 시간에 기도하고 따질 시간에 기도하는 것이 더욱 유익합니다. 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시기 때문입니다.(마 7:11)
오늘도 주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십니다.
"악에서 구히시옵소서"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