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돈과 권력
  • cwmonitor
  • 승인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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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쓴 <사기 열전>에는 열국의 대부호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사마천은 천하에 알려진 대부호들은 한결같이 그 시작이 작았지만 비범한 재주와 앞을 내다 볼 줄 아는 예지력으로 큰 재산을 모아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다고 말하고 있다.
대개 이들 부호들의 장점은 남이 꺼려하고 무관심한 일에 관심을 가졌으며 여기에다 뛰어난 장사술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물건을 사들일 때를 알았으며 또 물건을 내다 팔 시기를 잘 파악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가 비천하고 또 권력으로부터 배척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며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한 의지로써 많은 재물을 축적해 나갔다.

아마도 고대 중국에서도 장사나 공업은 신분이 천한 사람들의 몫이었던 같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들 대부호들은 처음엔 사람들에게 천대와 멸시를 받았지만 재물이 쌓이자 너도 나도 친분을 맺으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심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들 부호들은 당시 제후들과 친분을 맺고 그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대저택에서 살았으며 제후들이 먹는 똑같은 음식과 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기록되었다.
사마천은 대개 이들 대부호들은 당시 제후들과 다름없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자손대대로 누렸다고 기록했다.
아마도 인간 역사에서 ‘부’와 ‘권력’은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

태초부터 인간에게 가장 먼저 당면한 과제는 다름아닌 제도나 권력이라기 보다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었다.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 인간은 전쟁을 하고 또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물질은 역사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또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물질과 권력은 곧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 결합된 동일체였다.
동양에서 역사는 물질적인 면에서 볼 때 이처럼 단순하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바로 정신적인 가치였다.
본능적인 인간의 가치는 당연 물질에 있지만 이 물질을 지배하는 힘은 인간의 정치적인 가치였던 것이다.

따라서 부호가 인간 역사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단정하지 못하는 것도 다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우리나라 대재벌 정주영씨가 타계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직 경제적인 자립도 안된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그는 ‘현대’란 대기업을 일구어 낸 입지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어쩌면 ‘돈’이면 권력도 살 수 있고 인간이 필요한 것이면 그 무형의 것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대재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피눈물 나는 노력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때가 잘 맞아 주었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해방후 아직 경제적인 안정이 안된 우리나라에서 기업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혼란기에 정주영씨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대개 그 시대만 해도 우리 인식 속에는 상업과 공업은 그리 달가운 직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전히 유교적 사고에서 ‘공부’라는 수단을 통한 ‘관료’라는 권력의 힘을 더 추구했던 때가 아니었던가.

배운 게 없었던 정주영씨는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 방편은 아마도 장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돈’과 권력이 항상 같이 붙어 다닌다는 것이고 돈이 떨어지면 하루 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돈’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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