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역사의식’
기독교인의 ‘역사의식’
  • cwmonitor
  • 승인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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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병 금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 강남교회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발표한 우리 나라의 종교인에 대한 통계를 보니까 개신 교인이 20.7%로 수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불교인으로 18.7%, 카톨릭 교인이 7.6%의 순으로 나와 있었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신교와 구교를 합한 수치로 이를 분리할 경우 개신교는 불교보다 신도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조사는 개신교 자체만으로도 불교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드디어 개신교가 우리 나라 최대의 종교로 자리잡게 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한국교회의 정체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교회가 이처럼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뜻밖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민족종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답답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 기독교인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어찌하여 우리 사회의 도덕적인 기초와 윤리가 갈수록 황폐해져만 가는지 심히도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 3·1운동 때는 기독교인이 20만 명이었다고 하니까 전체 인구의 겨우 0.2%밖에 안되는 작은 공동체였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일제에 맞서 한민족의 얼과 정기를 세계 만방에 알릴 정도였는데 오늘날의 교회는 전 인구의 20%가 넘는 민족 최대의 종교로 발돋움하고서도 그 사회적 영향력은 오히려 초기 역사 때만도 못하니 도대체 문제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는 기독교인들의 역사의식의 약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초기 한국기독교는 애국애족을 신앙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었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은 곧 민족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기독교인들의 이 같은 역사의식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민족사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서 예전과 같은 민족과 역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힘들다.
역사의식은 고사하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개인윤리마저 실천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이는 정말로 신앙의 위기, 교회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지금 우리 민족은 중대한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
작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남북 정상들의 만남으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리는 듯 하더니 금년에는 미국 보수 강경파의 집권으로 전 세계가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중국, 혹은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면 이들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 민족이 또 다시 신냉전구조의 볼모가 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때 교회가 먼저 각성하고 깨어서 다시금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선도하는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세상과 분리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를 따르는 무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라고 하셨듯이 우리 나라에 아무리 기독교인들이 많아져도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역사의식을 상실하면 그것은 맛을 잃은 소금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명실상부한 최대 종교로 도약한 만큼 그에 걸맞게 이 시대를 분별하는 혜안과 영성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새 날을 견인할 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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