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성과 교회
기복성과 교회
  • cwmonitor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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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최초로 서양 의술과 병원을 세웠던 선교사 알렌은 그의 조선 체류기에서 “조선은 선교활동을 벌인 나라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나라였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조선인들은 사실상 자신들만의 종교가 없었다”며 “유교는 섬기는 신이 없는 도덕 규범일 뿐이었고 불교는 평판이 나빴다”고 피력했다.

그는 원래 조선인들은 매우 종교적이어서 기독교가 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다.
사실 그의 말대로 우리 한민족은 대단히 ‘종교적’인 성향을 지닌 민족인 것 같다. 다종교가 함께 공존하면서도 종교간 갈등이 그리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다양한 종교를 서로 인정하면서 또 그 종교의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이 든다.

예컨대 무속적인 점이라든가 예언같은 미신을 좋아하는 자 가운데 기독교인들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인들의 독특한 신앙에 대해 ‘기복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독교 한 단체는 ‘크리스챤 가정과 샤머니즘’이란 포럼을 개최한다고 한다고 해서 벌써 관심이 집중될 정도다.

면밀하게 살펴보면 우리 신앙에는 미신적인 요소가 지배할 정도로 신앙의 본질이 크게 벗어난 부분이 많다.
선교사 알렌에 의하면 당시 신앙부흥운동에서 악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기적적으로 치료하자 많은 불신자들이 교회에 찾아왔다.
기복적인 행위는 금방 불신자를 끌어 들릴 수 있다는 전통이 복음선교 초기부터 있어 온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기복적인 신앙은 신비주의나 혹은 이기주의를 심어 주기에 알맞다.
현재 한국 교회가 급성장한 근본적인 원인이 민족의 종교성과 기복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어디에 가도 교회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동네에 교회 십자가 탑이 수없이 많을 정도로 한국교회는 지난 과거 1백년을 보내면서 엄청나게 불어났다.
그만큼 기독교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든 것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외형적인 것에 불과하지 우리 정신 세계 내면까지 지배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기독교인들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유교적인 사고방식과 샤머니즘적인 기복성이 강하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교회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복적인 신앙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개 보수성이 강한 교회가 더 기복성이 심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대개 ‘귀신 쫓는 행위’라든지 ‘병 치료 기적’ 등 신비한 체험이 성도들이나 불신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많은 교회나 성도들은 이런 기적이 신앙의 본질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교회가 ‘개방적’이라기 보다 ‘폐쇄적’으로 나아가는 흐름도 따지고 보면 이런 샤머니즘적인 성향과 기복성이 함께 성도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복성의 가장 큰 단점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사고보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사고를 갖게 하는 점에 있다.

남을 짓밟고 내가 올라서길 바라는 이기심을 조장한다.
우리 교회가 입시철에 ‘기도회’를 개최하는 것도 기복적인 이기심에 불과하다.
진정한 신앙은 ‘나’만의 복이 아니라 ‘만인’의 복을 비는 것이다.

기독교의 속성은 이처럼 ‘보편성’이다.
한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서 있는 교회들이 서로 유대를 갖지 못하고 ‘성도뺏기 경쟁’을 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잘못된 기복성이 낳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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