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5>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5>
  • cwmonitor
  • 승인 200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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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예 권사님의 사랑

장날이 되자 최 권사님이 또 인삼을 한 채 사오셨다. 그리고는 다섯 뿌리를 꺼내 대추와 함께 정성껏 씻으시더니 달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이자 인삼물이 노르스름해지면서 인삼향내가 사방에 퍼졌다. 그러자 기분이 좋으신지 권사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목사님 자주 드시게 하세요. 그러면 목사님 몸이 좋아지실 거예요. 우리 목사님은 너무 약하셔서 마음이 늘 짠해요.”

지난 가을부터 권사님께서 나에게 당부를 하셨다.
목사님이 너무 약하시니 인삼을 고아서 해드리라고. 권사님 당부에 그러겠다는 대답만 하고 남편의 몸을 챙겨주지 못했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살림은 언제나 마이너스이고 늘 발 동동 굴러가며 사니 아무리 궁리해도 인삼을 살 수 없었다. 그런데 권사님이 인삼을 사 오신 것이다. 인삼을 한 채 사 오신 권사님이 고맙기도 하지만 권사님의 형편을 빤히 아는지라 민망했다.

그래서 곧 인삼을 사러갈려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자 권사님이 한 말씀 하셨다. 사모님 믿다가는 우리 목사님 인삼 언제 드실지 몰라서 사왔노라고. 그런데 권사님은 인삼을 아예 대실 작정인지 떨어질 무렵 또 사 오신 것이다. 정말 권사님의 사랑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권사님이 소원이 있다고 하신다. 소원이 있다고 하시는 권사님의 말씀에 조금은 긴장이 되어서 권사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어떤 소원이든 내가 들어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권사님께는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다.
사실 요즈음 내가 기도하고 있는 것이 있다. 권사님은 이빨을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 엄두를 못 내고 아예 치과에 가는 것을 미루고 있다.
치과에 가면 당장 손을 대야 할 것이 뻔한 일이기에 치과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으신 것이다. 그래서 김치 하나도 맘대로 못 드신다. 나는 그것이 안타까워 권사님께 이빨을 해드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정말 권사님께 선뜻 이빨을 해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권사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시는 거였다.
“우리 목사님께 양복 한 벌 해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들이 나에게 용돈을 많이 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권사님의 아들들은 부자는 아니어도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께 용돈도 자주 드린다.
그런데 권사님께서는 그 용돈을 모아 가난한 사모의 손에 쥐어주기도 하시고, 또 헌금을 하시느라 당신이 쓸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당신을 위해서는 아예 쓸 줄을 모르신다. 그런데 권사님이 이번엔 목사님에게 양복을 해드리고 싶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권사님께 말씀드렸다.
“권사님,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양복 있는데 그런 걱정은 왜 하세요?”
“그래도 나는 우리 목사님께 양복 한 벌 해드리고 싶다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큰 아들 사업이 얼른 성공해야 될 텐데...”
당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 양복을 해드리고 싶어 아들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권사님의 마음이 손에 잡힌 듯 내 가슴에 와 박혔다. 그래서 나는 권사님의 손을 잡고 말했다.
“권사님, 목사님 양복 꼭 해 주세요. 이왕이면 제 옷도 한 벌 해 주세요. 그러려면 권사님 아들들이 얼른 부자가 되어야 하니까 오늘부터 권사님 아들들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할게요.”
권사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나는 안다. 권사님이 목사님의 양복을 해드릴 날이 곧 올 거라고. 하나님께서 권사님의 그 간절한 마을을 아시고 그 아들들에게 함께 하실 거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복을 주셨던 것도 야곱의 아버지 이삭과 그리고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어받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순종의 믿음 때문이었다. 권사님의 믿음으로, 그리고 권사님의 간절한 기도로 그 아들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께 복을 받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권사님을 보면서 나는 목회의 기쁨을 얻는다. 아니 성도들이 주는 사랑으로 목회자는 지치지 않고 길을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있고, 또 성도들에게서 받는 기쁨이 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삶이 기쁘다.
나는 오늘도 빼놓지 않고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권사님께 이빨을 해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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