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 의심의 가면을 벗어야 할 사람
에니어그램 / 의심의 가면을 벗어야 할 사람
  • cwmonitor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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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 있는 분이 재혼하려고 한다는 30대 남녀를 데리고 와서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이 두 사람이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그는 이른바 사주라고 하는 생일생시를 적은 쪽지까지 나에게 내밀었다. 차를 한잔 마시자마자 남자는 자리에 계속 앉아 대화를 나누지 않고 호기심 많은 사람처럼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를 관찰해보니 그는 호기심 때문에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숨을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왜 저 남자하고 결혼하려고 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녀는 “저 분은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고 건강이 좋지 못한 나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노라고 말했어요.” 라고 대답했다. 책임이라고? 한 번의 결혼 경험을 가지고도 저 여인은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가슴속에는 일말의 사랑도 없이 머리속에서 열심히 저울질만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연민의 마음이 일어났다. 그녀는 그 남자의 가면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결혼생활에서 경제도 중요하겠지만 대화가 더욱 중요하지 않겠느냐. 당신이 저 남자와 결혼하면 밥은 먹겠지만 대화는 없을 것이요. 그리고 허리 아래 섹스는 하겠지만 가슴의 섹스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요. 그 이유는 저 남자의 눈. 손, 엉덩이를 조금만 관찰해 보면 알 것이요. 차 한 잔을 마셔도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다는 것, 심지어 당신과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잠시도 손과 엉덩이를 가만 두지 못하는데 언제 차분히 둘만의 시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이것은 참고 사항일 뿐,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리는 것이요.”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이 그 남자와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가기를 원했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의심과 근심걱정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 6번 유형이었다. 6유형은 에니어그램 유형 중에 가장 근심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확실성을 택함으로서 돌다리도 몇 번씩 두드리고 건너가야 안심이 된다. 규범과 질서를 잘 지킴으로써 충실히 행동하고 정해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 자기 의심의 문제를 해결(회피)한다. 또는 모든 사람들을 의심함으로써 자기 의심을 우회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부정적 1번 유형처럼 남의 결점을 캐는 사람들로서 자기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의심이 깊어진다는 것은 심리적 반작용으로 무엇인가 확실한 것을 믿고 싶고 붙잡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6번 유형들은 자신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증거들을 열심히 찾아 다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고자 하는 남자에 대한 경계와 의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신이 신임할 수 있는 권위자를 찾아 나에게 온 것이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그녀의 의심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말을 내가 했다면 그녀는 3개월 이내에 나를 원망하는 말을 하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해진 시간 내에 귀가하지 않을 때마다 남자의 사고와 죽음을 연상하면서 마음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살게 되지 않았을까.

@ 가면의 세상
인간은 모두에게 의식의 가면이 있다. 나의 몸, 얼굴, 심지어 종교까지도 가면일 수 있다. 막대한 돈과 관심을 오직 얼굴과 피부에 두면서 자신의 정신과 영혼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것은 자기 가면에 속는 일이다. 그것은 참(속)사람은 굶겨 가면서 자기 가면만 살찌우는 일이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거짓된 신념과 에고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가에 대한 통찰이 일어날 수 없다. 그리하여 같은 부류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상호작용에 의하여 유유상종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종교란 기복과 내세중심 신앙일 수밖에 없다. 천당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예수가 필요할 뿐 예수의 인격을 이루어 가고 생사를 초월하는 자유 혼을 가진 인간상은 거리가 먼 얘기일 뿐이다. 우리는 가면을 쓴 사람들만 보아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가면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비정상을 인지하게 된다. 바울이 인간의 양심 그 자체가 부패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그 수준이 그 수준인 인생들의 바닥 권에서 자신이야말로 가장 양심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과거를 통절하게 돌이키며 양심이란 ‘거룩한 인격과 더불어 알 때’ 만이 양심이라고 말한다. 가면을 벗어버린 인격, 허위를 내려놓은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설 때까지는 양심을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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