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하는 것들 /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7>
소원하는 것들 /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7>
  • cwmonitor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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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식사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반찬이 맛깔스럽다며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최순예 권사님이 불쑥 한 달 동안 공동식사를 쉬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으셨다. 모두들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나 역시 1주일 전, 투정처럼 최 권사님께 “공동식사를 안하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던 터라 최 권사님의 의견에 가슴이 뜨끔했다. 더구나 유숙희 성도가 뉴월드여행사 개업 기념으로 시루떡을 한 말 해 왔는데 그 떡이 어찌나 맛있던지 한껏 즐거운 분위기에 못들은 척 하고 있는데 최 권사님이 또 한 말씀 하셨다.

“새벽예배 끝나고 사모님 혼자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왜 그리 안 되어 보이던지 우리 당분간 공동식사를 쉽시다.” 최 권사님 말씀에 ‘모두들 가신 다음에 일하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요즈음 다리가 많이 아파서 공동식사 준비도,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다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은 것은 사실이다. 한 달 전부터 통증이 시작되더니 지금은 너무 아파서 걷기에도 불편한 지경이다. 그런 다리를 끌고 일하는 모습을 보이니 최 권사님 마음이 편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더구나 최 권사님도 병이 나고 말았다. 사모가 너무 애쓴다고 사실은 나보다 더 많이 교회 일에 힘을 쏟으셨다. 유숙희 성도가 여행사를 개업하기에 김치라도 담아주려고 했는데 최 권사님이 전까지 해 주자고 하셨다. 그래서 교인들이 나서서 집에서 준비해야 하는 음식은 만들어 주었다. 교인들 정성이 있어서 개업음식은 참으로 맛있고 풍성했다. 이것은 아마 작은 교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에게는 무리가 되었던 것 같다. 다리에 더 큰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봄날, 산과 들에 나물은 지천인데 그 나물을 캐러 다닐 수 없게 된 것이 여간 유감인 게 아니다. 친정집 들판 끝 수로에 가면 돌미나리가 지천이라고 동생이 미나리 캐러가자고 말하는데 따라 나설 수 없었다. 그래서 친정어머니 생각이 더 났다. 어머니가 계셨다면, 그 돌미나리를 캐다가 우리 성도님들을 참 즐겁게 해 주셨을 것이다. 사실 들에서 캔 것은 그야말로 영양 만점이지 않은가? 어머니를 대신해서 하루라도 돌미나리를 캐러가고 싶은데 마음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 재정을 보는 분들께 내 의견을 말했다. 공동식사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결국 밥 대신 국수로 대신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국수는 더 복잡하다. 보기에는 쉬운 듯하지만 육수를 내는 일부터 꾸밈까지 준비하려면 반찬을 준비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맛없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우리 성도님들이 들게 할 수 없는 일이니 육수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 여간 고심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1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아야 한다. 그런 일들이 어렵게 느껴진 것은 아픈 것보다 혹시 꾀가 난 것은 아닐까?

결국, 공동식사를 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목사님의 한 마디 말 때문이다. 교회에서 점심을 먹지 않으면 최 권사님이 몹시 서운해 하실 거라는. 권사님의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사라질 거라는.... 그러면서 목사님은 부활절이 지나면 권사님을 모시고 꽃구경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어머니가 하늘나라 가신 후부터 최 권사님은 공동식사 때 마다 상에 빠진 것이 없나 둘러보시고 또 성도들이 먹는 것을 보신 후에 수저를 드신다. 어디 그 뿐인가? 사모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당신이 앞장서서 일을 하신다. 그래서 권사님의 손길이 간 곳마다 윤기가 난다. 공동식사를 안하면 사실은 가장 먼저 권사님 마음이 서운하실 거다. 아니 당신의 일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상하실 것만 같다. 그리고 공동식사를 하고 나서 젊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 한 잔 나누는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꾀를 부리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 음악학원 원장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모로 살게 해 주세요. 음악학원 원장 일을 20년 넘게 해 왔는데 이젠 사모로만 살게 해 주셔도 되잖아요.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제발 복음전도자로 살게 해 주세요.”
내 기도가 간절했던 것일까?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소원하는 것들, 하나님께서 꼭 들어 주실 것이니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기도해요.”
남편의 위로는 내 마음에 박혀 눈물 한 줄 볼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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