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9>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9>
  • cwmonitor
  • 승인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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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두 개라면

작 년 여름에 너무 더워서 공동식사를 두 번 쉰 적이 있다. 에어컨이 없으니 더운 날 밥 먹는 것이 고역이라 공동식사를 쉬고는 어찌나 섭섭하고 마음이 쓰이던지 끝내 식당에 가서 칼국수를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오늘 공동식사를 쉬었다. 더운 것도 아닌데 공동식사를 쉰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전과는 달리 섭섭하지도 또 마음이 쓰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공동식사를 중단함으로 인해서 교회학교에 온전히 마음과 시간을 바칠 수 있었다. 설교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내 마음이 온전히 주님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제자들의 발을 그리고 예수님의 손을 그리는데 마음이 뭉클하였다. 준비를 많이 한 때문인지 설교도 자연스럽게 되었다. 아이들의 마음과 눈이 온통 예수님께 향하는 것을 설교를 하면서 느끼었다.
조금 일찍 온 차준애 집사님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 오늘은 정말 사모님 같으시네요.”

다른 때와는 달리 화장을 하고 정장으로 한 벌 빼 입고 있으니 차준애 집사님이 사모님 같다며 놀린다. 교회에 들어는 성도님들 마다 차준애 집사님과 똑같은 말을 한다. 사모를 사모님 같다며 놀리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하하 웃고 말았다. 그 동안은 공동식사를 준비하느라 아침 일찍 몹시 분주했다. 옷을 예쁘게 입을 수도 없었다. 예쁘게 입는다고 해도 모양이 나지 않았다. 내 마음이 분주하니 몸도 자연 부산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동식사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다리가 심하게 아파 절룩거리는 나를 보면서 공동식사를 당분간 쉬자는 말에 나도 선뜻 동의했던 것이다. 최순예 권사님이 공동식사를 당분간 쉬다 보면 여신도회원들을 중심으로 무언가 대책이 나올 거라고, 사모님이 계속 그렇게 식모처럼 일해서야 되겠느냐고, 공동식사를 쉬자는 의견을 내 놓았고, 대부분 그 의견에 동의를 했다. 몰론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공동식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공동식사 준비와 교회학교 교사를 동시에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남편은 공동식사를 준비하는 일보다 어린이 예배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 동안 나를 몹시 책망했었다. 공동식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모두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늘 정신이 나갈 만큼 분주했다. 결국 다리가 아픈 것을 이유로 공동식사를 중단하는 것에 동의를 하고 나니 무척 평화로워졌다. 교회당 청소는 금요일 날 마치고, 토요일은 충분히 쉬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갖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주일날 아침도 한가로웠다. 새벽기도회 후에 남편과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교회학교 어린이들을 기다렸다. 어린이들을 기다리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이렇게 교회학교 교사로, 전도자로 살게 해 주세요. 그런데 하나님, 음식냄새가 나지 않으니 섭섭해요. 우리 성도님들 마음에 공동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물질을 허락해 주세요. 그래서 함께 떡을 떼고 음식을 나누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밥을 나누게 해 주세요.”

어떤 모양이든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공동식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많은 시간 참으로 행복했었다. 사실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처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그 중에 김치를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것은 무척 신이 난다. 아니 흐뭇하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며칠 전에 유숙희 성도님이 오이를 100개 가져왔다. 박명옥 집사님에게 고춧가루 좀 있으면 가져오라고 했더니 선뜻 가져왔다. 부츠를 사다가 오이소박이를 담았다. 그래서 몇 가정 나누어 먹었다.

모두들 맛있다고 하는데 300개쯤 담았다면 성도들 모든 가정에 골고루 보내드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에 돈이 참 많이 든다. 사실 봄날에 열무김치를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가을에 사 둔 고춧가루를 다 쓰고 말았다. 그 많던 통고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는 부활절이다. 부활절이니 한 주 중단했던 공동식사를 다시 해야 한다. 작년처럼 쑥버무리 떡도 하고, 특별한 음식도 이것저것 더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비가 그치면 미나리를 캐러 가야겠다. 사실 들판에 나가면 씀바귀와 민들레와 돌미나리가 지천이다. 그래서 봄날 내내 나는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참으로 맛있던 나물들이 그립다. 글을 쓰다 보니 공동식사를 중단한 것은 잘못인 것 같다. 하나님께 죄송하고 성도들에게 미안하다. 아, 내 몸이 두 개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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