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0> / 하나님의 위로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0> / 하나님의 위로
  • cwmonitor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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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도무지 가슴이 떨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런데 누우니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잠이 쏟아졌다. 잠들면서 잠드는 내가 슬펐다. 그러나 두어 시간 만에 잠을 깼다. 남편의 잠을 깨울까 싶어 조심조심했지만 남편의 잠도 깨었다. 4시 반이 되자 달음질치듯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예배당에 엎드렸는데 슬픔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서 가슴은 더더욱 막막했다. 막막한 가슴 그대로 하나님께 엎드려 울었다.
내가 들은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 두 달 전이었던가? 교회 근처에 있는 지구대 앞에 느낌이 썩 좋지 않은 차 한 대가 여러 날 서 있었다. 사고차량일 거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의 주인 일가족이 차를 탄 채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딸은 죽고 아들만 헤엄쳐 나와서 살았다고 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그리되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막막했다. 아들이 살았다고 하지만 아들 역시 너무나 큰 충격에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안타까워했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중학생이라는 그 아들 생각에 마음이 미어졌다. 자살을 할 용기로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지 어쩌자고 자식들을 데리고 저수지에 뛰어들었느냐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빚진 자의 고통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가끔 현관에 대출해준다는 명함이 떨어져 있다. 돈은 급하게 필요한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때,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이 현관 앞에 명함을 던져놓고 가면, 나는 그 명함을 놓고 기도를 했다. ‘주여, 이 사람들이 이런 방법으로 살지 않게 해 주세요. 이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 당하는 사람들이 없게 해 주세요’

아마 그 가족도 이자가 비싼 돈을 썼던 모양이다. 그래도 살다보면 아는 사람도 있을 거고, 친지나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 도움을 청할 곳이 그렇게 없었을까? 아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모른 척 했을 것이다. 빚을 진 것을 그 당사자의 책임으로만 여겼으니까. 그래서 안타까워 하면서도 ‘죽을 그 용기로 살지’ 하는 책망도 했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가족들을 데리고 저수지 그 깊은 물에 뛰어 들 수밖에 없었음을, 더는 살 수 없었음을 어제께 아는 사람에게 전해 듣고 나는 한없이 울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빚 독촉을 하던 사채업자들이 남편 앞에서 아내를, 아버지 앞에서 딸을 성폭행하고 그 중학생인 아들의 성기를 고무줄로 감았다니…
그렇게 잔혹하게 빚 독촉을 하는 인간들 앞에서 그 아버지의 정신이 어떻게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우리 함께 죽자’ 는 말에 가족 누구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며, 미안하다는 아버지 말에, 참으로 미안하다는 남편의 말에 가족 모두 한없이 울며 저수지에 그렇게 뛰어 들었다는... 중학생인 아들이 본능적으로 헤엄을 치자 누나가 그냥 죽자며 동생을 자꾸 붙들었다는 이야기에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

요즈음 은행이자가 싸다고 하지만 은행의 돈을 쓸 수 없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 모양이다. 은행도 이익이 목적이니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만, 담보가 있는 사람에게만 은행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난한 사람을, 빚진 자를 구체적으로 살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난을 나라가 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교회에 그 길이 있지 않을까? 가난해서 구차해지거나 난폭해지는 경우를 볼 때마다 너무 슬프다. 더구나 빚으로 인해 인간으로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는 것을 볼 때, 이 막막함을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바보처럼 울고만 있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아이, 그 아이가 아픈 상처를 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또한 교회가 그 아이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 아이의 이름 석자를 가슴에 품으며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위로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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