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6> /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 분을 보며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6> /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 분을 보며
  • cwmonitor
  • 승인 200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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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을 처음 만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벌써 1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그 분이 더 젊어진 것은 물론 12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12년 전에 그 분은 아파트에서 작은 슈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물건을 사러 가게에 들어가도 인사는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물건값을 물어보아도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의 불친절에 슈퍼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다시 만난 그 분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만약 그 분이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기도회 차 운행을 하는 남편을 따라 나서는데 청소를 하던 미화원이 “여기 사십니까?” 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가 두 차례 반복해서 인사를 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슈퍼를 하던 사람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그 분을 알아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환경미화원으로 직업을 전환한 것도 놀랍거니와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놀랍고, 더 놀라운 것은 환하게 웃는 그 분의 얼굴이었다. 또한 너무나 밝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나는 한껏 놀라고 말았다.
남편 혼자 차 운행을 나가고 잠시 그 분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환경미화원이 되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것, 당신이 얼마나 큰 액수의 월급을 받고 있는지 등등을 말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좋았다. 아니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무엇이 그 분으로 하여금 그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건 그 분이 받는 월급이었다. 대학생인 딸과 늦게 얻은 아들을 가르치기에 넉넉한 월급이 그 분으로 하여금 신나게 만들었다. 슈퍼를 하던 시절에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적은 소득 때문에 얼굴이 밝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새벽 4시에 나와야 하는 직업이 고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운동도 되고 좋다는 것이다. 그저 청소만 깨끗이 하면 되니 속도 편하다고 말했다.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하는 행복한 그 분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함을 느꼈다.
그 분을 만난 후, 목회자인 우리 가정을 생각해 보았다. 아니 개척교회의 목회자들의 가정형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사실 개척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대체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다. 목회자 가정이 너무 궁핍하니 영혼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영혼은커녕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 주지 않는 것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나처럼 사모가 직업을 가진 경우는 그래도 조금 형편이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직업을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목회자의 사례비가 지급되지 않아도 사모가 일을 하면 세상일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사모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인들은 없다. 그러니 목회자가 직업을 가지려면 차라리 목회를 그만 두라고 난리다. 대부분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목회자 부부를 원한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 음악학원 원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어서 남편이 심방을 가자고 하면 따라 나설 수가 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런대로 폼 나는 직업이다. 하지만 나 역시 수입이 많지 않아 곤곤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우리 성도들의 삶에 있어서 소득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소득에 따라 삶의 환경이 달라지고 교육의 여건도 많은 차이가 난다.

며칠 전, 어느 작은 교회의 목사님이 어머님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능력의 사람이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현실이 참 가슴 아팠다.

어머니 수술을 끝내 시켜드리지 못하고 퇴원을 한다는 소식에 또 마음이 쓰렸다. 그 목사님,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많이 우셨을까? 정말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생활고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어느 정도의 수입, 환경미화원의 반만큼이라도 수입이 있어야 자신의 영혼은 물론 성도들의 영혼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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