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육원에서 5번 유형의 부하 직원 때문에 고민하는 8번 유형의 사람을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차서 그를 죽이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필자는 그에게 이렇게 처방을 했다.
“5번 유형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보내도 무방하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당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눈에 보이지 않도록 당신 책상위에 2단 책꽂이를 놓으시오. 지시는 이메일이나 메모로 전달하고 부득이 하게 얼굴을 마주 보아야 할 상황이라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반복해서 타이르도록 하시오. ‘이제부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리라......’ 그리고 그를 만날 때는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말하고 반드시 그 자리에서 즉답을 요구하지 마시오. 당신 생각에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명백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5번 유형은 자기 안에서 정보가 정리되고 그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 까지는 대답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하여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요.
그 부하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 서론이 끝나기도 전에 당신은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 라고 소리 질렀을 것이요. 특히 5번 유형 특유의 개인감정을 배제한 듯한 보고 형식의 거리두기는 늘 당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오. 이번에 가서 그 직원과 타협을 하시오. ‘내가 결론 까지 잘 들을 테니까 결론부터 먼저 말해 달라고...’ 이 말에 그는 화가 풀려 웃기 시작했다. 8유형은 힘의 통제와 자신의 지배 영역에 대한 확보가 관심사인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안 풀릴 때 아랫배에서부터 불같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신이 어떤 경우에도 약하게 보이는 것은 질색이고 의존적인 행태는 경멸의 대상일 뿐이다. 오직 목표만이 문제이기에 그 목표를 손에 넣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노의 언행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고 충돌을 일으키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퉁명스럽고 직선적이며 때로는 폭로적인 말들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들의 스타일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연못에 던지는 돌들이 개구리들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는 것과 비견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폭력이나 주장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8번 유형은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입장과 다른 의견은 잘못되고 어리석은 것으로써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들의 시선이 일단 고정되면 자신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타인의 주장을 무시해버린다. 설사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았다 해도 지는 것, 나약하게 보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그들은 억지를 쓰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그들의 열정적인 힘과 집중력은 방향을 잃게 된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기위해서는 존재와 방향의 문제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는 것이 에니어그램이 제시하는 지혜이다. 인간은 열과 압력을 받을 때 자신에게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무심결에 말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8유형은 분노의 상황에서 자신의 진실을 드러낸다.
다윗이 낮잠 자다가 밧세바와의 문제를 야기하듯이 8유형은 일없이 한가해지거나 삶이 지루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8번이 정력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때 그의 삶은 고통 가운데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타인의 일에 대하여 참견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에 전력 질주하는 것이 본인이나 타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대화의 기법 가운데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난 다음 3초를 기다리란 말이 있다. 그러나 8번에게는 10초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려 하지 않고 타인의 관점을 잘 듣고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10초를 기다리는 수련을 한다면 타인의 눈을 통해 비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릴 것이다 . 그들이 침묵을 사랑할 수 있다면 자신이 사람과 일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에니어그램은 현실과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집중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크리스챤월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