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21>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21>
  • cwmonitor
  • 승인 2006.07.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젠 그만 올라가 글 써요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비 오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니 좋아했지만 길이 끊어지고, 농경지가 잠기고, 사람들이 다치는 재난 앞에서는 비를 좋아한다는 말이 부끄럽다. 사방 어디서나 빗소리가 우렁우렁 들려와서 빗소리가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사는 곳은 4층이고, 하늘이 다 보이는 넓은 베란다 밖이 바로 옥상이기에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 그래서 요즈음 빗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더구나 예배당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아침 남편은 망치와 정을 들고 예배당 물새는 곳을 깨기 시작했다. 사람을 부르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남편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남편은 물이 넘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는지 바닥을 깨기 시작했다. 공사가 잘못된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두 달 전에는 방수공사를 하기 위해 견적을 받아보았는데 천만 원이 넘었다. 방수공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어서 기도만 했다.

“하나님, 천만 원이 넘게 드는 방수공사를 어떻게 해요? 방수공사를 할 수가 없는데 또 작년처럼 물 퍼내야 하나요? 하나님, 작년에 물 퍼내고, 물 닦아내느라 다리가 몹시 후둘 거렸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하나님, 올 해는 그런 일 없게 해 주세요. 비를 아주 조금씩만 오게 해 주세요. 비가 조금씩만 오면 물이 넘치지 않아요. 하나님,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셨던 것일까?

비가 내려도 잠깐씩 내리고는 멈추고 해서 물이 차지 않았다. 그런데 온 나라 여기저기 수해로 난리가 나는 것을 보면서 다시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며칠 물을 퍼내도 괜찮으니 전국에 비가 골고루 조금씩 내려서 더 이상 큰 피해가 없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내가 사는 아산에도 그저께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다. 계속 내리는 비로 드디어 예배당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사실 예배당에 물이 차면 나보다는 남편이 더 애를 쓴다. 비가 올 때 마다 예배당에 물이 차는 것, 참 고단한 일이다. 결국 남편은 망치와 정을 들고 바닥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어떻게 하려고 바닥을 깨요? 예배당 안 어느 벽에서 막혀있는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어쩌자고 깨요? 또 깰 것 같으면 사람을 불러야지요. 쉽게 깰 수 있는 연장이 있어야지요. 제발 힘 빼지 말고 사람을 불러요.” 그러자 남편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돈 있어? 돈 있으면 애한테 보내. 컴퓨터도 고장났다는데.... ” 순간 짜증이 불쑥 머리를 들었다. “오늘 보낼 거여요. 그러니까 사람 불러요. 그러다 잘못 건드려서 더 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요?”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파고 있는 곳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아침에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이 부분을 파라고 하셨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하나님이 그런 것도 알려 주시나요?” 남편은 계속 망치질을 했고, 그런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남편이 말했다. “쳐다보지 말고 가서 글 써요.”

사실 개척하고 나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불안감, 더구나 바람마저 사납게 불어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지경에 몰린 기분이 들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럴 때 마다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하나님을 바라보면 힘이 났고, 위태로운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어도 두렵지 않았다. 그 나뭇가지가 비록 삭정이라고 해도, 떨어진다고 해도 나에게는 거뜬히 일어날 힘이 있었다. 그리고 미워하지 않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그럼에도 가끔씩 불쑥불쑥 내 안에서 원망이 소란스럽게 일어났던 것도 숨길수가 없다. 결국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망치질 소리에 마음이 아파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 망치 끝이 내 가슴을 향한 것 같다. 가슴이 쿵쿵 울린다. 그래서 글을 쓰는 대신 기도를 했다. ‘하나님, 지금 깨고 있는 바닥에서 해결되게 해 주세요.’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편이 소리쳤다. “찾았어! 내려 와봐!” 하지만 다리가 저려 얼른 일어 날 수가 없었다. 다리를 끌며 교회당으로 내려갔다.

세상에, 건물 외벽과 내벽 사이의 물길에서 집수장을 연결한 피브이시 관이 막힌 것이었다. 관 속에 돌과 모래가 들어가 막히는 바람에 물이 집수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예배당으로 스며든 것이다. 남편은 신이 나서 나에게 설명을 했다. 물이 콸콸 빠져나가는 것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남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젠 그만 올라가 글 써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