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26> “너무 행복해요”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26> “너무 행복해요”
  • cwmonitor
  • 승인 2006.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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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교회의 사모는 아이들이 셋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연년생으로 아들을 하나 두었고 막내가 여섯 살이다. L교회는 교단에서 60평의 대지에 건축까지 해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척교회가 자립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거 지역에서 떨어져 있다. 교회는 얼른 성장하지 못하고, 세 아이들이 올망졸망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활이 어려웠던 것 같다. 아이들이 셋이나 되니 일자리를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내가 운영하는 음악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 동안 아이들은 영어학원은 물론 속셈학원과 미술학원에도 다니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일하는 시간동안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여섯 살 난 막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피아노를 배우고 미술학원에 가자 1학년인 형이 자기도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속셈과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으니 미술학원까지 갈 시간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집에 가려고 다시 왔을 때, 잠시 동안 숙제와 일기 쓰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랬더니 사모님이 “너무 행복해요.” 라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 세 아이들을 앉혀놓고 공부하기가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사실 아이들이 활달하다 보니 책상 앞에 5분이상은 앉아있기를 힘들어한다.
쉴 새 없이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서로 장난을 치기 때문에 숙제와 일기를 끝내는 것이 밤 10시를 넘겼고, 그 때쯤이면 엄마가 녹초가 되었는데, 숙제는 물론 일기까지 멋지게 썼으니 아이들보다 엄마의 기분이 더 좋았던 모양이다.

행복해 하는 사모님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았다. 또 아이들을 지극한 정성으로 가르쳐 고맙기도 했다. 청소까지 구석구석 하기에 말렸지만, 계속 청소를 하기에 나도 별 수 없이 걸레를 들고 피아노는 물론 창틀까지 깨끗이 닦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피아노가 10대가 넘고, 수강생들도 많고, 시설도 다 되어있는 학원인데, 그리고 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어서 몫도 좋고 더구나 권리금을 한 푼도 안받고 넘긴다고 하는데도 인수자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강사가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갑작스레 그만 두어 더운 여름날 혼자서 종일토록 아이들을 가르쳤다.

결국 무리가 온 탓에 8월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러다 L교회 사모님이 차 한 잔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화제가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아이들이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 선뜻 강사로 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모님이 무척 기뻐하며 정말 자기를 써 줄 거냐고 몇 번이고 묻더니 그 자리에서 승낙을 했다. 기뻐하는 어린 사모님을 보며 농담 한마디 했다. “학원을 넘기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안 되더니 사모님 일자리 만드느라고 하나님이 이 학원 붙들어 놓으셨나 보네.”

그렇게 해서 어리고 착한 사모님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원하시는 가보다. 아마 여기서 중단하면 이다음 가난한 집, 혹은 결손가정의 슬픈 아이들이 와서 배우게 되지 못할까봐, 소외된 어린이들을 부잣집 아이들처럼 돌보겠다는 꿈을 접을 까봐, 하루에 5시간 정도는 아이들을 계속 가르치라고 하시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얼 원하시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 없이 열심히 사는 거다. 아니 하나님 마음에 꼭 들게 사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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