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창 목사

성격이란 영어 단어 personality는 가면(mask)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persona에서 왔다. 에니어그램은 성격이란 한마디로 온갖 집착과 망상의 뿌리가 되는 ‘거짓자아’라고 말한다. 거짓 자아란 본질적인 나가 아니라 나의 어떤 것들을 진짜 나라고 규정하면서 사회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이나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부응하려는 개인적, 사회적 조건들이다.

에니어그램은 나 아닌 것들을 ‘나’로 아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자기방어의 겉치레와 눈속임에서 깨어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거짓자아를 크게 나누면 9개의 가면으로 나눌 수 있고 그것들은 몸의 3부분으로 분류한다.

이른바 분노를 근본고착으로 삼는 장형, 수치심과 질투를 근본고착으로 삼는 가슴형, 미래의 두려움을 근본고착으로 삼고 있는 머리형이다. 그 근본고착의 밑바탕은 두려움이다. 인간은 누구나 분노와 사랑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이 두려움이 성격의 밑바탕이다. 어떤 인간이든지 원죄처럼 시달리고 있는 문제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영혼의 깨어남과 성장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 안의 두려움을 먼저 알아차려야만 할 것이다. 또한 에니어그램 수련의 초점 역시 여기에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나는 어떤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가?’ ‘나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의 밑바탕에는 어떤 두려움의 동기가 자리 잡고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두려움에 시달리는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 막연한 두려움은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끼리 부정적 시너지 효과를 나타나게 되어 옆에 사람들이 뛰면 자신이 왜 뛰는지 조차 모른 채 덩달아 뛰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면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서 죽어라고 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두려움의 문제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을 증오한다는 데 있다. 즉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증오의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이 세상에 대하여 자존감과 책임감의 자각이 없다. 그러므로 자기 증오의 사람은 자신만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포함하여 타인과 이 세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혐오와 자책에 시달리면서 자신과 타인을 조이고 괴롭히며 살아간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온갖 공격성을 드러내고 자기방어와 회피를 하는 것은 가슴 에너지의 강력한 왜곡현상에서 발생한다. 이 에너지가 내면으로 지향할 때 자기 파괴적 행동들이 나타나고 밖으로 향할 때 폭력과 범죄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에니어그램의 기초적 이해를 통하여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고 그것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이 두려움과 그에 따른 자기증오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자신의 고통은 치유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에니어그램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가진 위험성도 바로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심리치료 요법 등이 가진 한계와도 같다. 또한 어떤 일순간의 흥분과 열정, 결심만 가지고 인간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야 하고 자신의 건강한 모멘텀을 형성해가는 힘과 지혜와 사랑을 갖는 일이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인생의 문제이건 에니어그램 역시 구체적으로 경험해가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 (루가 복음서 21:19)

I AM으로서의 나, 그 나에 대한 명료한 자각만이 인간이 인간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이다. 그 기반 위에 설 때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에 시달려온 자신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고귀함을 알게 된다.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삶의 과제들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