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 / 사막에서 필요한 것
마음의 창 / 사막에서 필요한 것
  • cwmonitor
  • 승인 200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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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식목일(植木日)은 공휴일도 아니지만 공적으로 나무를 심는 유일한 날이므로 저는 그 날이 좋습니다. 작년 식목일에 저는 중국 마오우쑤 사막에 20년 동안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는 특집 방송을 보면서 내내 눈물이 고였었습니다.

이번 주 메일 자료를 위하여 그 영상물을 찾아서 다시 보았는데, 그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황사(黃砂)의 진원지라는 그곳도 원래는 푸른 초원이었지만 무차별 벌목과 함께 기온 상승까지 겹쳐 사막으로 변한 곳이었습니다. 1985년 부인 인위쩐이 시집갔을 때만해도 사람의 발자국조차 찾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었지만, 부부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이글거리는 태양과 모래바람 앞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인위쩐은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기를 7여 년, 마침내 사막에 나무 심는 방법을 알아내어 조림 성공률을 높여만 갔습니다. 정부 지원금 한 푼 없이 그렇게 죽기 살기로 나무를 심어 사막을 숲으로 만들어 갈 때 쯤에 우연찮게 기자를 만나면서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녀는 졸지에 사막의 전사(戰士)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사막에서 이룬 이 일들은 인생이라는 숲을 만들어가는 보통사람들과도 공통점(共通點)이 많기에 더 큰 감동을 주었던 것입니다. 먼저 사막과 광야(廣野)인생에서는 수많은 장애요소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장애는 역시 바람입니다. 평소 때 바람은 좋은 의미를 지니지만, 사막에서의 바람은 모래를 동반하므로 시야가 어두울 정도로 사막의 악마가 되고 있습니다. 그녀도 바람과 싸우느라 두 아이를 잃었고, 남편과 아들은 폐렴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거셀수록 투쟁심도 더욱 강해져 아들을 집 기둥에 묶어놓고 사막으로 들어가 나무를 심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바람과 싸우는 일도 힘들지만 물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자체였습니다.

어린묘목을 심은 뒤에 죽지 않게 하려면 2~3일에 한 번씩은 밤을 새워가며 물을 주어야만 했습니다. 2남 1녀를 둔 그녀는 큰아들을 임신한 상태에서도 물을 주러 다니다가 결국 조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이란 장애물이 사막에는 반드시 있습니다. 인위쩐은 어느 날 사람이 너무 그리워 어떤 남자가 남기고간 발자국 위에 큰 그릇으로 덮어 놓았다가 외로울 때마다 몇 번이고 열어보았다는 고백 앞에 고스란히 그 애처로움이 제게도 밀려와 뭉클한 가슴은 눈물로 이어졌습니다. 그녀가 사막을 오아시스로 만들었듯이, 인생도 광야에서 옥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바람과 물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문제는 역시 똑 같습니다.

광야에서 바람은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는 인생의 바람을 만날 때마다 불평하지만 그 유익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농부는 태풍만 없으면 풍년이 될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바람이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저항력을 길러주고 있는 고마운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인생의 바람이란 반응(反應)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바람 부는 방향에 서있으면 역풍이지만, 그 바람을 등지면 순풍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바람은 민들레 씨처럼 새 생명을 낳게 하는 도구로, 바람이 불면 춥고 고통스럽지만 홀씨처럼 넘지 못할 땅이 없기에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바람은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과 이웃을 창성(昌盛)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막과 광야에서 필요한 것은 들풀과 가시덤불입니다. 그녀가 사막에서 나무를 심을 때 모래바람 때문에 뿌리 내리기가 어렵게 되자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어린 묘목을 살리려면 토양이 먼저 마련해야하는데 풀씨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서 만분의 일도 안 되는 생존율에 도전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풀씨를 묻어야 하는지 그녀는 한 번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모래 속에서 겨자씨를 찾아내듯이, 풀씨를 뿌렸는데 넓은 사막에 서서히 생명(生命)이 움트면서 더불어 어린 묘목들도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이 사막에서 숲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보통 잡초는 그렇게 애 쓰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고 또 보기만하면 뽑으려고 하지만 관점(觀點)에 따라서는 사막에서의 잡초는 전혀 다른 의미의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이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무속에 기생하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과 함께 가시덤불 뿐만 아니라 늪지대까지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존중(尊重)받는 사람의 인생 숲에도 멀리 볼 때는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남이 상상할 수 없는 잡초와 외로움 그리고 가시들이 도처에 깔려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리 선한 일을 한다 해도 장애(障碍)요소들은 이렇듯 다 있습니다. 아니 그러한 장애들이 그 사람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든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그 모든 역경 속에서도 사막이 오아시스로 변(變)하기까지 흔들리지 않고 견뎠던 것입니다.

세상에 기적(奇籍)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아무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자체가 기적이요, 그 분의 긍휼한 사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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