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 / 33개의 풍성
마음의 창 / 33개의 풍성
  • cwmonitor
  • 승인 200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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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억만 목사 l 강릉포남교회 ponamch@hanmail.net

미국 최악의 학교 총격사건 용의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발표되면서 큰 충격과 함께 사건의 배경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립된 자아 속에 잘못된 현대 문화가 그런 모방범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사건은 타락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모순에서 기인되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은 똑같이 모순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왜 그는 좌절된 분노를 광란의 방아쇠로 표출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아마도 그 분노는 정체(整體)성 혼란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의 선언문을 보면 그는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왜 적응하지 못했는가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란 현실은 다민족과 다문화 속에서 늘 긴장하며 살아가기에 수많은 계층 간의 차별(差別)들이 쉽게 좌절감과 분노를 낳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사건을 통해 한인들이 공감하는 것은 누구라도 자기세대는 희생하더라도 자식들은 잘 되길 바라며 모든 것을 참고 일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부모대로 현실적인 상황들을 이기느라 심신이 병들어가고 있을 때, 자녀는 자녀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민 왔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에 외톨이가 되기 쉽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로 인한 정체성 문제는 두 분류로 구별됩니다.

영어에 적응하지 못하여 문제아로 찍히고 왕따 당하는 부류와, 이제 아예 영어가 모국어로 변하는 아이들은 부모와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 때문에 혼란이 오는 부류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문제가 없는 자녀들조차도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오면 숨 쉬기가 어렵듯이,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미스터 조도 어릴 때 미국에 갔기에 여타 가정처럼 자식에 대한 기대는 컸을 것입니다. ‘성공해라! 내 인생 다 바쳐서 니들 돌봐주니 어떻게 하든 출세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기대와 상처를 받으며 막연한 분노와 증오들이 쌓여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는 누나의 안타까움이 이 사건의 필연성(必然性)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Mr.조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은 똑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성공과 실패가 있고, 타인의 아픔을 달래주는 사람과 연약함을 빙자하여 고통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는 외적인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은 그 자체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그는 선언문에서 어이없게도 현대사회의 물질만능과 탐욕, 쾌락주의에 대한 징벌을 범행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미국사회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만족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는데, 그것은 어쩜 자신의 스토리가 아니었던가요. 솔로몬이 오래 전에 말했듯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곳에 만족(滿足)이 어디 있단 말인가요. 다만 죽음은 확실하고 인생은 불확실하다는 대사처럼, 인생이란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만족이라는 이상에 집착하는 대신에 항상 모든 일 속에서 만족을 발견하려는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인생이라도 줄곧 어둠만 있고 빛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인생이란 고통 속에 드문드문 기쁨을 음미하는 드라마와 같은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빛 속에서도 어둠의 아픔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것이 신의 섭리요 삶의 질서라는 말하는 것은 빛만 있으면 너무 간사할 것이고, 어둠만 있으면 좌절하여 삶을 포기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환경 속에서도 성공하는 인생이 아니라 만족하는 인생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조승희의 문제는 스스로 이스마엘로 여기는 피해(被害)망상증에 있습니다. 시체로 발견된 조의 왼팔에는 ‘이스마일 도끼’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범행 동기를 해독하는 새 키워드로 떠 오른 것입니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처 사라가 아이를 못 낳자 여종을 통해 낳은 아들인데, 훗날 사라가 아들이삭을 낳자 여종 하갈과 그녀 아들을 사막으로 쫓아냅니다.

Mr.조는 스스로 버림받았던 이스마엘을 언제나 외톨이였던 자신으로 여겼을 공산이 큽니다. 아니 Mr.조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한인들은 하갈과 이스마엘처럼 미국에서 이방인의 설움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두 모자를 버렸지만, 신은 은혜를 베풀어 샘물을 주시고 큰 민족까지 만들어 주시지 않았던가요.

모든 인생은 어쩜 광야에 버림받은 생으로 그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피해의식을 갖고 신세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그에게 구원의 도움을 청하고, 거친 광야를 꿋꿋하게 개척(開拓)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칭 이스마엘에게 총알이 박혔던 피해자 가레트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를 만나 다가갈 기회가 있었더라면…’ 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렇듯 진정한 이스마엘의 후예는 피해의식이 아니라 용서하며 돕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넉넉한 삶의 자세가 거친 광야에서도 승리의 삶을 살게 하는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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