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이 성취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포기할 때 ‘현실’이라는 말을 명분으로 사용한다. 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전하는 사람의 등에 대고 현실을 모르는 인간이라고 험담하기 일쑤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현실이란 말의 정체를 직시해보면 모든 사람의 삶을 규정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각자의 현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고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뉴스를 볼 때마다 놀라거나 어떤 심리적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자식과 가족들이 사고의 대상이라면 어떨까? 현실은 내가 지금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바로 그것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막연한 그 어떤 것들 모두가 현실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내가 신경을 일체 쓰지 않는다면 그 일이 나의 현실일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중요 핵심은 막연한 삶, 조건반사적 삶으로부터 깨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도록 하는 데 있다. 인간은 공간과 시간의 존재이기 때문에 같은 공간 안에서도 어떤 시간관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세계관이 달라진다.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사람마다 경험의 내용이 다른 것은 각자의 경험을 측정하는 내적시계(시간관념)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이란 현실을 각자가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창조해 가느냐 하는 코드와 같은 것인데 현실을 각기 다르게 지각한다는 것은 저마다 다른 시간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앞세우고 성공지향적인 3번 유형은 시간이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간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와 목적의 척도가 된다. 시간이란 한정되어 있고 연장시킬 수 없는 것이라고 느낀다.

3번 유형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타인들이 그들 자신만을 위하여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인내하기 어려워진다.

3번 유형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일들을 해치우기 위하여 즉각적으로 행동한다. 목표를 세분하고 그 내용에 따라 시간을 배분한다. 그들은 재빠르게 생각하고 동시에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강력한 그들은 목표를 위해 질주하며 특히 공적이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일이라면 개인을 위한 시간은 내려놓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 중독자가 되기 쉬운 3번 유형에게 시간이란 일과 생산 활동을 위한 유한의 자원이다. 같은 시간에 일을 많이 할수록, 일의 효율성과 성과가 많을수록 좋다고 믿고 있다. 일을 놓고 볼 때 3번 유형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데 익숙하다. 운전을 하면서 영어카세트를 듣고 전화하고 메모하고 온갖 구상이 재빠르게 지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바쁘게 행동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지는 못할 것이다. 바쁘다는 것은 마음이 죽은 상태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부산하게 움직이며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난다면 그의 바쁘게 움직이는 행동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3번 유형들은 신호대기를 못 견디어 한다.

왜냐하면 그런 시간은 낭비라는 강박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즉시 우회하여 멀리 돌아가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3번 유형은 시간에 있어서 토끼와 같다. 그러나 세상은 토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도 있는 법이다. 거북이를 만났을 때는 자신의 속도를 늦추고 거북이의 관심사에 대해 들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아니면 한발 더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3번 유형은 실패했을 때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더욱 강박적으로 일에 매달리게 되는 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반응이다. 일을 빨리, 많이, 열심히 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나 자신과 동료들을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지혜를 찾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