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멧비둘기 다정다감한 새 <3>
자연과 사람 / 멧비둘기 다정다감한 새 <3>
  • cwmonitor
  • 승인 2007.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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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비둘기가 날아간 자리는 키가 큰 아름드리 개잎갈나무 꼭대기여서 너무 높았다. 나는 나무에 사다리를 기대어 놓고, 사다리가 닿는 곳까지 올라가서는 나뭇가지를 잡고 우듬지 가까이 올라갔다. 아, 놀랍게도 멧비둘기 둥지뿐만 아니라, 둥지에 눈부시게 하얀 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멧비둘기가 우리 집 꽃밭에 있는 나무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니! 나는 감탄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멈추고 떨리는 손가락을 희디흰 알에 살짝 대자 따뜻한 체온이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 방금 멧비둘기가 “뽀뽀 꾸꾸, 뽀뽀 꾸꾸” 울 때, 낳은 알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40분이 지나고 있었다.

“아빠, 이제 그네를 타면 멧비둘기와 알이 놀라겠어요.”
나무에서 내려와 멧비둘기가 알을 낳았다고 하자, 강진이가 걱정스레 말했다.
“새끼비둘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구구처럼 예쁠 거야.”

현진이와 은영이가 나무 꼭대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알이 잘 부화되어 새끼비둘기를 볼 것을 바라며, 늘 타고 놀던 그네를 나뭇가지에서 풀어 내렸다.
“새 박사님! 우리 집 꽃밭에 있는 개잎갈나무 한 그루 보셨죠? 그 나무에 멧비둘기가 둥지 틀고 알을 낳았어요!”

윤무부 새 박사님께 당장 전화해서 자랑했다. “지금 알을 하나 낳았는데, 언제 또 낳아요?”
나는 멧비둘기가 알 하나를 또 언제 낳는지 궁금해서 여쭈어 보았다.
“내일 하나 또 낳아요. 새들은 보통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아요. 그리고 멧비둘기는 암수 사이가 좋아 꼭 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번갈아 함께 품어요.”

새 박사님은 암수가 함께 새끼를 돌본다는 것까지 알려주셨다.
“새끼가 알속에서 자라서 깨고 나오려면 며칠이나 걸리나요?”
나는 또 부화기간은 얼마 동안인지 여쭈어 보았다.

“멧비둘기 부화기간은 18일인데, 늦게는 19일, 20일까지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이르게 부화할 수도 있어요.”
새 박사님은 나에게 매일 나무에 올라가지 말고 사흘에 한 번 정도 살펴보라고 하셨다. 자주 나무에 올라가면 멧비둘기는 야생이라 놀라서 알 품는 일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
일기예보를 들었다. 내일 오후부터 비가 온단다.

“하나님, 비가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멧비둘기가 알을 품는데, 비를 맞으면 춥잖아요.” 멧비둘기가 내일 일찍 알을 잘 낳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4월 29일 금요일 맑다가 흐림 멧비둘기 체온은 몇。C나 되나요?

날씨가 초여름 날씨다. 무덥다. 오후 12시 40분 경에 멧비둘기 둥지에 올라갔다.
둥지에 멧비둘기 알 2개가 반듯이 놓여 있다. 마치 보석함에 큰 보석이 놓여 있는 것처럼……. 알과 알이 맞닿은 부분이 약간 주황색 빛깔을 띤다. 나는 살짝 알 하나를 만져보았다. 따뜻한 생명의 체온이 전해져 신비감에 휩싸인다. 투명한 것처럼 눈부신 하얀 알 2개. 맑은 햇빛이 둥지에 비쳐 희디흰 알 빛깔이 한결 눈부시다.

문득 새들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은지 궁금했다. 어미 새가 품는 알이나 금방 낳은 계란을 만지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체온보다 높기 때문인데……?
“새 박사님! 멧비둘기 체온은 몇。C나 되나요? 그리고 알을 품을 때는 체온이 더 올라가나요?” 나는 전화해서 여쭈어 보았다. “멧비둘기한테 물어보지 그래요.”

박사님은 먼저 익살스레 웃으셨다.
“새들의 체온은 38。C가 넘어요. 아마 39~40。C 가까이 될 거예요. 알속의 새가 잘 자라려면 어미 새가 알을 품어 체온으로 38。C를 유지해 주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켜 주어야 해요. 어미 새가 알들을 가만히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날갯죽지 밑으로 부리나 발을 움직여서 알의 위치를 골고루 바꾸어 줘요. 그런데 평상시나 알을 낳고 품을 때의 체온은 거의 비슷해요.”

박사님은 건강한 새가 태어나도록 어미 새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자세히 알려주셨다.
“하나님 알 잘 낳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해요. 하나님 비가 너무 많이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알에서 깨어날 때까지 어미 새도 잘 보살펴 주세요.”
멧비둘기와 알을 위해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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