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의식을 다루는 데 지혜로워야 한다. 이 지혜를 얻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의 목표를 분명히 세우는 데 있다. 삶의 혼란은 자신의 삶을 명료화하는 목표가 없거나 흔들리는 데 있다. 목표가 중요한 것은 목표가 생길 때 수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가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등의 수단에 대한 선택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야할 목표가 없이 수단만 열심히 찾고 있는 사람들은 갈피를 못 찾고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과 고귀한 목적에 대한 헌신 없이 이력서나 인맥에서 자신의 존재이유와 힘을 찾는 사람들은 왜소하고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세속적 소원과 성취를 위해서 하나님을 믿는다. 아쉽고 궁지에 몰릴 때만 찾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이들은 얻으려는 욕구, 무엇인가 있어야만 된다는 결핍의식에 늘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들의 영혼은 젖먹이이며 구걸로 인생을 살아가는 거지이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늘 부족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인다. 왜냐하면 그는 부족을 믿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려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은 풍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에게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이 의식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늘 주는 상황이 생기게 되고 그만큼 채워지게 된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다. 자신의 의식 속에 끊임없이 무엇을 심고 있는가를 살펴보라는 것이 에니어그램이 주는 교훈이다. 두려움에 시달리면서 걱정과 불안을 심고 있는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가 없다. 그는 자신에게 벌을 주고 독침을 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성서는 주려는 의식의 정점에 ‘헌신’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나의 그 무엇들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그 자체를 바치는 헌신은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덕목이다. 자신을 헌신한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 세상을 밝게 했고 그들의 놀라운 권능은 하나님에 대한 그들의 헌신에서 나왔다. 그 권능으로 갈릴리의 시골 사람들은 역사를 바꾸었다. 헌신하는 자에게는 그 자신과 세상에 기적이 나타났다. 헌신의 사람들은 이 세상이 주는 위협에 굴하지 않는 용기의 사람이었고 생사를 초월한 자유혼의 사람이 되었다.
헌신은 진리를 배우는 단계에서 진리가 되는 차원으로 진입하는 것으로써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이해와 경험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이 둘의 정합에 있다. 구르지에프 에니어그램의 워크 제 3단계에서 통상적인 각성상태의 의식수준의 한계를 넘어서 의식수준의 최상수준인 객관의식의 수준에 이른 인간은 ‘무사봉사(selfless service)"의 인간이라고 말한다.
무사봉사의 인간이란 십자가에 에고의 나를 못 박고 새로 거듭난 인간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과 만인의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 무엇보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구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마음과 영혼의 ’가벼움‘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힘을 잃어버린 이유는 자신 안에 있는 힘의 근본을 잃어버린데 있다. 그 근본이란 적당한 헌신, 마지못한 헌신이 아니라 전적인 헌신이다. 믿음의 사람들에게 헌신의 정신이 사라지면 삶도 죽음도 동시에 놓쳐 버리게 된다. 헌신이 사라진 사람들이 드리는 예배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는 인간을 배울 수는 있어도 정작 하나님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없는 소유욕과 권력욕, 지배와 대립, 갈등과 비탄으로 가득한 세속사회와 다를 바가 없게 될 뿐이다. 바로 이런 사회, 이런 세상을 정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 나로 거듭나서 자신을 바친 헌신의 사람들뿐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그리스도 예수를 보내 주셨고 오늘 이 시대에 ‘나’를 보내 주셨다. 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로서 헌신자들의 사명이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대행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께 끊임없이 요구하고 구걸하는 영혼의 걸인들에게 나눔으로 오히려 풍요해지는 삶의 비밀을 증거하는 사람들이다.
이병창 목사시인 / ·진달래교회 moa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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