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흔한 텃새, 멧비둘기를 보며
자연과 사람 / 흔한 텃새, 멧비둘기를 보며
  • cwmonitor
  • 승인 200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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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비둘기가 우리 집 꽃밭에 있는 개잎갈나무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멧비둘기는 꼭 2개의 알을 낳는다. 3월 16일 종려주일이었다. 나무에 올라가보니 알 하나를 낳았다. 이튿날, 다시 나무에 올라가 보니 멧비둘기가 알을 품다가 놀라서 날아갔다. 둥지를 살펴보니, 또 알 하나를 낳아서 알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살짝 만져보니, 알이 따뜻하였다. 나는 멧비둘기가 빨리 둥지로 돌아와 알을 잘 품기를 바라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멧비둘기는 3∼6월에 나뭇가지 사이에 마른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둥지를 틀고, 한배에 2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에게는 콩이나 그 밖의 식물성 먹이를 반소화시켜 암죽 모양으로 된 것을 토해서 먹인다. 그래서 비둘기들을 보고 젖을 먹이는 새라고도 한다. 새들은 물을 마실 때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을 쳐다보며 식도로 넘기지만, 비둘기들은 부리를 빨대처럼 사용하여 물에 대고 빨아먹는다.

고난주간 동안 멧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새끼가 잘 부화되어 나오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부활절 아침에 멧비둘기가 알을 품는 것을 보고 싶어서 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알을 품기 시작한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가 나무에 올라가기 시작하자, 멧비둘기는 놀라서 뒷산 나무에 날아가 나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멧비둘기가 알을 품는 기간은 15일 내지 16일이다. 그러니까 3월 31일이나 4월 1일에 부화할 것이라 믿고 알을 잠깐 보고 서둘러 내려왔다. 어느덧 3월 31일도 지나고, 4월 1일도 지났다. 그런데 알은 부화되지 않았고, 여전히 멧비둘기는 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4월 2일 바람이 몹시 불었고, 멧비둘기는 부화되지 않은 알을 그냥 남겨놓고 떠나버렸다. 며칠이 지나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멧비둘기는 정확히 부화하는 날짜를 알고, 부화하지 않으니까 떠난 것일까? 아니면 알에서 생명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떠난 것일까? 나는 멧비둘기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기를 어미새 못지않게 기다렸다. 왜 부화되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멧비둘기도 아니고, 예수도 아니니까. 나는 알을 깨뜨려 보기로 했다.

이미 죽은 알일 테니까. 둥지에서 알 2개를 꺼내와 마당에 앉아 달걀을 깨듯이 알 껍질을 벗겨보았다. “아, 무정란(민눈알, 홀알, 새 암컷이 교미하지 않고 혼자서 낳은 알. 새새끼로 부화하지 않는다)이었구나!”
나는 남은 또 하나의 알 껍질을 벗겨보았다. “아뿔사! 멧비둘기 새끼가 죽은 채로 웅크리고 있네.”

순간 요한일서 5장 12절 말씀이 떠올랐다.
“그 아들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의 아들을 모시고 있지 않은 사람은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무정란과 수정란! 나는 알을 깨뜨려 보고서야 무정란과 수정란을 구별할 수 있었다. 예수를 믿는 자들은 수정란처럼 생명이 있는 자고,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은 무정란처럼 생명이 없는 자가 아닌가! 양계장에서 감별사들이 알을 전등에 비쳐보고 무정란과 수정란을 구별한다. 겉으로 보아서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예수를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이 마치 무정란과 수정란처럼 잘 구별되지 않지만, 실상은 생명이 있느냐, 생명이 없느냐? 하는 차이다.

그리고 수정란이라 할지라도 어미새가 잘 품어주어야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예수를 믿으며 살아도, 가슴이 따뜻하신 사랑의 주님이 품어주어야 생명이 유지될 수 있지 않는가! 나는 흔한 텃새, 멧비둘기를 보며 환히 알게 되었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고, 주님의 사랑과 은혜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poem0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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