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앙증스런 꼬마물떼새
자연과 사람 / 앙증스런 꼬마물떼새
  • cwmonitor
  • 승인 2008.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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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오후 5시부터 많은 비가 왔다.

꼬마물떼새 알 2개에서 가냘프게 “비이, 삐이” 소리가 난다. 부화할 때가 가가까워졌다는 신호다. 늘 100여m 정도 멀리 떨어져 있던 암수가 10여m 정도 떨어져 가까이 있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꼬마물떼새가 알을 자주 들여다보며 부리로 굴려주고, 주변에서 경계하는 꼬마물떼새도 자주 둥지를 바라보고 있다.

6월 18일 어제 오후부터 계속 밤새워 내린 비는 오늘도 하루 종일 줄기차게 내렸다. 꼬마물떼새 알 3개에서 “삐이, 삐이” 소리가 난다. 오늘 밤 사이에 부화할 것 같다. 그런데 장맛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퍼붓고 있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알을 품고 있는 꼬마물떼새가 애처롭다. 알을 품기 시작하면 살갗(포란반)을 직접 알과 닿게 하려고 자주 가슴 밑 배 부분으로 알을 문지른다.

이처럼 알을 품는 것은 깃털로 품는 것이 아니라, 알에 살을 맞대고 품는 것이다. 알을 더 따뜻하게 품기 위해 가슴 밑으로 배 부분의 깃털이 상하거나 빠지고, 혈관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포란반(抱卵斑)이 생긴다. 이 포란반을 알에 접촉시켜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이다. 꼬마물떼새는 밤새도록, 그리고 오늘도 하루 종일 줄기차게 퍼붓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수요저녁 기도회 때, 나는 가장 간절하고 안타까이 꼬마물떼새가 잘 부화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물떼새과 새 중에서 가장 작아서 꼬마라는 말을 붙여서 꼬마물떼새라 불렸다. 작고 귀여운 꼬마물떼새! 암수가 22~25일 동안 번갈아 알을 품어서 새끼가 부화한다.

올해도 처음 3월 하순에 냇가에서 “키유, 키유” 하는 꼬마물떼새의 울음 소리가 내 창가에까지 들려 찾아 나섰다. 꼬마물떼새는 먼 길을 날아와 고향 땅을 찾아왔는데, 안타깝게도 냇가를 따라 4차선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도 고향이라고 도로 공사장 주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올해에 내가 찾은 꼬마물떼새의 둥지가 일곱 개나 되었다. 다섯 개 둥지의 알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공사장 주변의 도로포장용 자갈을 깔아놓은 길가에 둥지를 틀어 천적인 들고양이나 너구리, 뱀의 눈에 잘 띄게 되어 잡아먹힌 것 같다. 한 개 둥지의 알은 잘 품고 부화하기를 기다렸는데, 4개 모두 공사하는 포크레인에 의해 깔아뭉개졌다. 마지막 한 개 둥지는 도로포장 공사가 일시 중단된 길가에 틀어서 알을 4개 낳았는데, 1개가 사라지고, 그나마 지금 3개를 잘 품고 있다.

5월 24일 처음 알 1개를 낳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이튿날 5월 25일에도 알 1개를 더 낳아 2개가 되었다. 이튿날 5월 26에도 알 1개를 더 낳아 3개가 되었다. 이튿날 5월 27일에도 알 1개를 더 낳을 것을 기대했는데, 저녁 해질 무렵에 가 보아도 알을 더 낳지는 않았다.

‘어, 꼬마물떼새가 오늘은 알을 낳지 않았네.’ 꼬마물떼새는 대개 알 4개를 낳는다. 조류도감에는 꼬마물떼새가 3~5개의 알을 낳는다고 기록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3년 동안 둥지 10개 이상을 살펴보았어도 알을 3개만 낳아 품고 있는 둥지는 찾아보지 못했다.

아마도 올해에 한 차례 정도 번식에 실패해서 알을 3개만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일 또 1개를 더 낳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더 컸다. 5월 28일 하필 비가 왔다. 나는 냇가에 가서 둥지를 살펴보았다.

‘아, 알이 4개다.’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내가 둥지 곁으로 가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저 멀리 어미새가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둥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이미 알고 멀리 달아나 조용히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둥지를 다른 천적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얼른 둥지에서 멀리 피해 주었다. 그러자 꼬마물떼새가 종종걸음으로 내 눈치를 보며 둥지에 들어가 알을 품고 있었다.

어느새 꼬마물떼새가 5월 28일부터 오늘 6월 18일까지 22일 동안 알을 품었다. 그동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는 날도 많았고, 뙤약볕에 공사장 아스팔트길에 신기루가 떠오르기도 했다. 꼬마물떼새는 대부분 매일 1개씩 낳아 22일 내지 25일 동안 알을 품고, 새끼는 병아리처럼 깃털이 다 나서 부화하고, 약 4시간 정도가 지나면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닌다. 아마도 밤사이 부화할 것 같다. 내일은 제발 비가 오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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