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 지혜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에니어그램 / 지혜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 cwmonitor
  • 승인 2008.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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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 수련을 안내하다 보면 인간의 두려움이 얼마나 심연처럼 깊은 것인가를 확인하면서 전율을 금치 못하곤 한다.

머리형들이 끊임없이 시달리는 내일의 걱정과 염려, 가슴형들이 눌려 있는 어제의 짐, 장형들의 그림자인 일과 돈의 욕망들이 강물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인간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이 추구하는 평안과 자유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밖의 현상에서만 얻으려고 헤매어 온 삶의 여정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내 짐은 가벼우니 내게서 배우라”는 예수의 충고처럼 우리는 인생을 가볍게, 기쁘게, 자유롭게, 평화롭게 살 수는 없는 것인가? 사도 바울은 빈손으로 왔다 가는 인생길에서 심각함이 병이요, 항상 기뻐함이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윤리임을 설파해 주고 있다. 욕심으로 살지 않고 필요에 따라 살며 그 필요를 하나님께 아뢰는 사람은 가볍고 기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씀해 주고 있다.

“ 걱정에 싸여 지내지 말고 무슨 일에 있어서든지 기도하십시오.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아뢰고 , 여러분의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일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인간의 이해를 훨씬 더 초월한 하나님의 평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빌 4: 6-7)

에니어그램의 영성은 초대교회의 ‘사막의 교부’들에게 이어져 있다. 황제의 권력에 편입된 로마교회의 영적 위기를 기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막으로 떠났던 영혼의 사람들
가운데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345-399)는 동방교회와 수피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 그의 가르침은 이른바 ‘아파테이아’,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부동심의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고요히 대상과 일들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스스로 다그치고, 지레 질리고 놀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와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매순간을 허둥대지 않고 살 수 있는 지혜와 믿음의 힘을 그는 강조했다.

삶의 여유와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반드시 몸을 벗고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데서 나온다. 죽음을 피해 도망 다니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숨을 고르게 하고 은혜와 감사함으로 잘 맞이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큰 일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를 우리는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배우고 연습하고 있지 않은가.

옛날 어떤 장군이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형을 집행 하는 날 왕이 백마를 타고 사형장에 나타났다. 장군은 왕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왕은 ‘ 아니 그렇게도 용감하던 장군이 죽는 게 무서워서 우는가?’ 하고 물었다. 장군은 ‘ 폐하, 아니올시다. 너무나도 얄궂은 운명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 지금까지 숨겨온 일입니다만 소신에게는 비법을 하나 전수 받아 간직해 오던 게 있었습니다. 그것은 백마를 훈련시켜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인 데 아무 말이나 되는 게 아니라서 일생 동안 그런 말을 보지 못 했는데 오늘 폐하의 말이 바로 그 말인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소신이 죽는 것과 함께 이 비법이 후세에 전해지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원망스러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왕은 호기심이 동해서 훈련시키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 물었다. 장군은 1년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왕은 기일 안에 성공을 못하면 그 때 형을 집행하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장군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아내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 왔는데 왜 우느냐고 묻자 아내는 ‘ 당신이 그런 비법이 없다는 것을 내가 뻔히 알고 있는 데 결국 1년 후면 나는 두 번 죽는 셈이 아니오?’ 장군은 울고 있는 아내를 이렇게 위로 했다. ‘ 나한테 그런 비법이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1년의 세월이 가는 동안 임금이 죽을 수도 있고 , 백마가 죽을 수도 있지 않겠소? 또 내가 죽는 다면 나는 명대로 사는 것이고 또 누가 아오. 혹시 그 말이 날 수 있을지!’ 이 지혜로운 말을 듣고 아내는 눈물을 닦고 웃었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이 지금 왜 울고 근심하고 걱정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의심의 안개를 피워 대 면서 울고 있는 지혜 없는 나를 보아야 한다. 알고 보면 박장대소하면서 웃어야할 일을 장군의 부인처럼 울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혜는 지능만 높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의 중심(머리, 가슴, 장)을 바로 세우고 떳떳이 용기 있게 삶을 살아가는 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초이성적 영역이 자신의 안과 밖에 무한히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두드리는 자에게 열려지게 된다.

이병창 목사 / 시인·진달래교회 moa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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