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생명의 신비
자연과 사람 / 생명의 신비
  • cwmonitor
  • 승인 2008.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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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과 첫 새끼를 품고 있던 꼬마물떼새가 망설이며 머뭇거리다가 일어났다. 품고 있던 알을 내려다보고 있다. 12시 38분, ‘어, 알이 툭 깨지고 있네.’ 깨진 알껍질 틈으로 날개가 삐주룩이 나왔다. 어미새는 부화되고 있는 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나도 어미새처럼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들여다보며 셔터를 눌러댄다.

12시 40분, 어미새는 다시 다리를 벌리고 둥지에 앉아서 알을 가슴으로 품어주고 있다. 새끼가 부화의 진통을 겪으며, 가녀린 발버둥과 날갯짓으로 아직 채 벗겨지지 않은 알껍질을 힘껏 깨고 있다. 12시 41분, 어미새가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와아! 드디어 알껍질이 완전히 깨져 두 조각이 났네.’ 12시 43분, ‘와아! 귀여운 새끼새 얼굴이 보이네.’ 아직 눈은 뜨지 못하고 있다.

몹시 지쳐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 어미새는 마냥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다. 어미새가 다시 첫 새끼와 갓 부화한 새끼, 마지막 남은 알 하나를 끌어안아 품어주고 있다. 12시 46분, 어미새가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일어났다.

갓 부화한 새끼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다. 알껍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머리 부분의 알껍질은 벗겨졌지만, 몸통 부분의 알껍질은 아직 거추장스레 몸을 감싸고 있다. 어미새가 머리 부분의 깨진 알껍질을 물어다 버렸다.

12시 47분, 새끼새가 어깨를 들썩이며 몸통을 감싸고 있는 알껍질을 벗어버리려고 고통을 꾹 참고 애쓰고 있다. 첫 새끼가 곁에서 동생을 응원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새끼새의 몸통이 알껍질에서 거의 빠져나왔다.

어미새가 다가와 부리로 알껍질을 물어 올렸다. 순간 새끼새의 알껍질과 배꼽에 붙어있던 피 묻은 알끈이 툭 끊어져 버렸다. 새끼새는 곤두박질쳤다. 아, 나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감탄하였다. 알끈은 알 속에서 영양물을 공급받았던 탯줄과 같은 생명선이다. 이제 어두운 알 속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에서 살려면 탯줄과 같은 알끈을 끊어버려야 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문득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Der Vogel k?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ss eine Welt zerst?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은 아프라삭스라 불린다).

새에게도 배꼽이 있다. 내가 쓴 동화책 『요 작은 새야, 네 이름은 쑥새야!』에서 새도 배꼽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어느 독자가 항의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윤무부 새박사님을 직접 만나서 “새에게도 배꼽이 있어요?” 하고 여쭈어 보았다.

윤무부 새박사님은 “새에게도 배꼽이 있다.” 고 확실히 말씀하셨다. 젖먹이동물처럼 늙어서 죽을 때까지 흔적이 남는 배꼽은 아니지만, 알속에서 영양물을 흡수했던 알끈이 끊긴 자국이 있다.

병아리를 붙잡아 배꼽을 살펴보아라. 새들은 자라면서 배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배꼽이 없다고 하지만, 새에게도 배꼽이 있다. 나는 보았다. 탯줄을 끊듯이 어미새가 알껍질을 물어 올려 알끈이 끊어지고, 새끼새가 곤두박질치는 순간을…. 나는 카메라로 이 순간을 포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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