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알 하나가 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도 멈춘 듯 정적이 감돌고 있다. 단지 냇물이 유유히 흘러 여전히 시간도 일정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어느 때는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 때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 지금 내 마음의 시계는 고장 났는지 무척 느리고 초조하게 돌아가고 있다. 마지막 부화를 기다리며 알을 품어주는 꼬마물떼새는 지금 시간이 얼마나 느리고 초조하게 느껴질까?

나는 더 이상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텐트 속에서 나왔다. 꼬마물떼새가 놀라 둥지에서 일어나 주춤거리다 다시 앉았다. 나는 텐트 밖으로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나와 꼬마물떼새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어놓고 마지막 부화를 기다렸다. 다행히 꼬마물떼새가 그냥 알을 품어주고 있다.

12시 54분, 꼬마물떼새가 일어나 엉거주춤하며 알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침내 마지막 알 하나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알을 깨려는 새끼새가 “삐이, 삐이”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어쩌다 꼬마물떼새가 품고 있는 알을 보며, “낄룩, 낄룩” 하고 울어 정적을 깨우곤 했다. 아마도 그냥 우는 울음이 아니라, 부화의 진통을 느끼는 새끼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노래가 아닐까? 새끼새의 “삐이, 삐이” 소리와 어미새의 “낄룩, 낄룩” 소리는 영혼의 교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알 속에서 부화의 진통을 참으며 알 껍질을 깨는 새끼새와, 곁들어 빛을 볼 수 있도록 부화를 도와주는 어미새의 교감은 울림이 깊고 여운이 길다.

12시 57분, 새끼새가 알을 잘 깨지 못하고 있다. 어미새는 “낄룩, 낄룩” 하며 부리로 알을 두드려주고 있다. 첫째 새끼새가,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몸이 젖은 채 웅크리고 있는 둘째 새끼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1시 5분, 어미새는 마지막 부화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갑자기 둥지에서 일어났다. 둘째 새끼새 몸통 부분을 감싸고 있던 알껍질을 물어다 버렸다.

1시 6분, 둘째 새끼새가 실눈을 뜨고 첫걸음마로 어미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미새는 둥지에서 일어나 둘째 새끼를 대견스레 내려다보고 끌어안았다. 보송보송한 첫째 새끼와 아직 촉촉한 둘째 새끼와 마지막 알 하나를 사랑스레 끌어안아 품어주고 있다. 1시 9분, 갑자기 어미새가 벌떡 일어났다. 새끼새 2마리가 놀라 머뭇거리다 일어섰다. 어미새는 마지막 남은 알 하나를 부리로 끌어다 가슴에 붙이고 품는다.

어미새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에서 불안한 기색이 엿보인다. 새끼새 2마리가 다시 어미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1시 55분, 첫째 새끼새가 둥지를 벗어나 걸어본다. 어미새가 큰소리로 “키유, 키유” 울며 야단한다. 새끼새가 다시 둥지로 돌아와 어미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