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 / 베이징과 인생(人生) -1
마음의 창 / 베이징과 인생(人生) -1
  • cwmonitor
  • 승인 2008.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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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억만 목사 강릉포남교회 ponamch@hanmail.net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선수들이 기대(期待) 이상으로 선전하여 목표했던 금메달 10개는 이미 이루었으니, 종합순위도 예상보다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초강대국 틈에서 이런 성적도 대단하지만, 중국의 금메달 막후 공신(功臣)들 속에 우리나라 코치들이 많았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그저 대견할 뿐이다.

나는 평소 스포츠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8월은 올림픽이 있어서 행복(幸福)했던 것은 올림픽은 스포츠를 넘어서 인생을 축소(縮小)한 한 편의 드라마요 또 인류의 한 마당 화합의 장이기에, 잘해도 울고 못해도 울고 선수들처럼 나도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는지 모른다. 어떤 메달이든 그것을 따기까지 아니 그 곳에 가기까지 긴긴 세월동안 상상(想像)할 수 없는땀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민호 선수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초과한 몸무게를 줄이느라 무리 한 끝에 동메달에 그쳐 귀국 후, 방황도 잠시 4년 내내 지옥 같은 훈련과 체중 감량의 고통을 이겨내고이번 대회에 나가자마자 배고픈 사자처럼 포효하며 다섯 경기 내리 한 판 승을 거둔 후 펑펑 목을 내놓고 울었다. 사재혁 역도선수는 걸어 다니는 병원이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하루에 5만kg씩 들어 올리며 흘렸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아 마침내 16년 만에 한국은 금메달을 들어 올려 전날 아쉽게 실격(失格)패한 이배영의 눈물을 말끔히 씻겨 주었다.

장미란 선수는 새로운 신화(神話)를 쓰고 있다. 또래 여자들이 화장할 때 송진가루를 묻히며 말 못할 고통과 번뇌를 초인적인 인내와 신실한 신앙심으로 극복하여, 마침내 한 맺힌 금메달의 꿈을 이루었건만 그녀는 만족하지 않고 벌써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뉴스메이커가 된 펠프스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국경을넘어 인간승리(人間勝利)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보통 성인들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다섯 배에 해당되는 1만2천kcal에 해당되는 음식(飮食)을 하루 동안 먹어치운다고 한다. 말이 그렇지 이러한 칼로리를 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은 먹는 양에 비례하여 얼마나 엄청난 훈련(訓練)이 있었단 말인가. 적어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려면 이들이 아니더라도, 어떤 종목이든 차근차근 계단(階段)을 밟아 와야만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얍삽한 방법을 쓰면 한 순간(瞬間)도 버틸 수 없는 것이 올림픽이다. 인생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이러한 올림픽과는 차원이 다르고 더 엄격하다. 겉으로 볼 때는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치열한 싸움은 비슷한 양상(樣相)이겠지만, 본질적으로 인생 올림픽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過程)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차이다.

아니 인생 올림픽에서는 엄밀하게 말해서 금(金)메달이 있을 수가 없고, 설령 있다 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그 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성실하게 땀을 흘렸는가를 볼 뿐이다.

겉보기엔 아무리 열매가 많아 보여도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 정직(正直)하지 못했다면, 도핑 검사에서 탈락된 선수처럼 모든 수고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꼼수 부리지 않고 세상과 타협(妥協)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향해 오직 자신과 외롭게 싸우며 그 곳에 서 있기에, 그들이 아름답고 또 그러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곤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것은 펠프스보다 여자 수영 마라톤에 출전한 남아프리카 선수였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었는데, 의족(義足)을 벗고 한 쪽 다리로 10km를 수영하여 25명 중 16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뿐만 아니라, 고환암 판정(判定)받은 수영선수도 있었고 혈소판이 감소하는 희귀병과 투병중인 펜싱선수, 한쪽 눈을 실명한 사격선수 등 불가능에 도전한 선수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

과연 이들에게 금메달이란 어떤 의미(意味)를 둘까. 인생(人生)은 결코 금메달을 위한 제전이 아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挑戰) 자체가 진정한 메달이요 인생임을 그들을 알고 있었기에 출전했음에 감격해하고 감사하는 모습이 천사보다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안타깝게 했던 두 선수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금메달만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교훈해 주었다. 왕기춘 선수는 결승 상대에게 경기 시작 13초 만에 메치기 한판으로 매트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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