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기을날의 隨想錄 -2
자연과 사람 / 기을날의 隨想錄 -2
  • cwmonitor
  • 승인 2008.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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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
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정말 가을이 왔습니다. 시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입니다. 고독을 즐겼다는 릴케(1875~1926)의 서정시 “가을날”을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성숙을 위한 기도시의 형식으로 고독한 가을을 잘 응시하고 써 놓았습니다. 이 시를 찬찬히 음미하면 가을의 신비로운 정서와 고독이 느껴지지 않나요?

릴케는 천부적인 시적 감성을 타고나 대학시절 문학과 예술사를 청강하며, 젊은 날에 “꿈의 관을 쓰고”, “강림절” 등 시집을 펴냅니다. 영적 고독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강한 인식을 가진 시인은 “형상시집(形象詩集)”, “시도집(時禱集 1905년)”, “신시집(新詩集)”, “두이노의 비가(悲歌)” 등의 시집으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문집 “말테의 수기(手記 1910년)”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좋은 평판을 받게 됩니다.

내가 다시 읽고 싶은 릴케의 시집은 “시도집(時禱集)”입니다. ‘수도생활의 글’, ‘순례의 글’, ‘빈곤과 죽음의 글’ 등 3부로 이루어진 대작입니다. 릴케의 시는 탄식하는 인간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찬미함으로써 신과 인간의 대조성을 노래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은 “하나님 이야기(1900년)”입니다. 릴케가 루 살로메와 함께 톨스토이를 방문하고 쓴 열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릴케나 톨스토이나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좋은 동화를 잘 남겨 놓았습니다. 이 가을날에 우리를 사색하게 하는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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