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ㅣ조급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에니어그램 ㅣ조급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 cwmonitor
  • 승인 2008.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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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창 목사 (시인·진달래교회 moamm@hanmail.net)


에니어그램 강사 자격을 준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드리는 광고들을 쉽게 볼 수있다. 설문지를 가지고 앉은 자리에서 당신은 몇 번이라고 처방전을 주듯이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도 고액으로 강의하는 전문가 과정의 강사로 초대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에니어그램을 전했고 두 번째 되던 날 그 모임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 때 천주교 수도원 원장 신부는 나에게 “참으로 부끄럽다. 에니어그램은 몇 번의 강의로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자신과의 영적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아가서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성격 유형론에 그치는, 에니어그램의 본질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현대 에니어그램이 그나마 장사꾼들의 에니어그램이 되는 것에 대해 연민을 금할 길이 없다. 자신을 성찰하는 데 있어 너무나도 빛나는 보물인 에니어그램이 자기 작업이 없이 단순히 몇 시간의 강의만으로 자격증을 준다는 거짓말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에니어그램은 몸 나를 나로 아는 삶에서 벗어나 고치 짓고 나비되는 얼 나의 길을 안내하는 지혜이다. 몸 나는 머리 나와 가슴 나, 그리고 장의 나로 나누는 데 그 중심에 얼 나로서의 ‘나’ (I AM)가 있다. 에니어그램의 기초과정에서 다루어져야할 주제는 세 개의 나에 대한 중심과 양 날개의 조화이다. 그리고 방향이다.

존재의 중심과 방향은 인간의 삶이 어떤 내용을 가져야 하는 가를 결정짓는다. 이 작업이 될 때 인간은 몸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작용들과 호흡을 자각할 수 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존귀한 나와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며 두려움의 동기에서 벗어나 자신과 대상을 사랑으로 대하고 돌볼 수 있게 된다.

에니어그램의 진수는 에너지와 파동에 대한 이해에 있다. 나에게서 지금 어떤 에너지가 나가고 있느냐하는 자각에 있다 그것은 내가 나로서의 나로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다. 과거의 추억을 사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 지금 여기는 영원과 잇대지는 시간이다. 그것은 무생의 시간이며 영생의 시간과 통한다. 다석 유영모는 그것을 가고 오는 지금이라는 뜻으로 ‘가온’을 말했고 제자들에게 ‘가온찍기’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기쁨도 슬픔도 그 무엇도 일체가 일어났다 사라지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그것을 회한과 두려움으로 맞이하면 우리는 현재를 죽이고 만다. 가온찍기란 초연함(Detachment)이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 사랑과 집착으로부터 분명하게 깨어나는 자각이다. 모든 영적 전통은 이 주제를 벗어 날 수 없다.

자각은 초기에 두려움과 혼란을 야기한다. 내가 나로부터 깨어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처음으로 현실을 보는 눈이 열리기 때문에 혼란이 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깨어남의 멀미 증세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자각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한마디로 게으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나 아닌 것들을 나로 알도록 세뇌시켜온 세상의 마취제와 마약으로부터 해독의 치료작업이 필요하다. 에니어그램의 목적과 수련은 바로 여기에 집중한다.

이 치료작업이란 그렇게 식은 죽 먹듯이 되는 것이 아니다. 육신의 안일과 쾌락을 위해서는 피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과 본능의 중력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고귀한 신성을 자각해 가는 길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되는 것일까.

자기 성찰과 기도와 명상을 위해서 아무 노력도 자각도 없는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얻고 하나님을 알 수 있을까. 에니어그램 화살표는 지구의 자전방향을 거슬러 저항과 도전의 길을 갈 때 인간의 삶은 빛이 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생을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하는 식으로 사는 것은 표류하는 인생이요 추락의 길이다. 중력의 법칙에 따라 살면 자동 인간, 잠자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 에니어그램의 통찰이다.

중심이 없는 인생은 자기 발에 꼬여 넘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는 영혼이 없이 자신과 이 세계의 변방을 떠도는 방랑자다. 그러나 그가 가짜 나에 속아 살아 온 삶으로부터 깨어 날 때 그는 자연스럽게 초연해지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하게 된다. 즉 두려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미망으로부터 깨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그는 사랑하지만 집착하지 않게 된다.

세상의 일부이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다. 에크하르트는 그런 영혼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의 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행복은 자각에서 피어난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의 상태에 있다. 건강한 나무로 성장해야 할 과제는 멀리 두고 당장 꽃만 피우려는 성급하고 끈질긴 에고의 저항을 멈추고 고치 짓고 나비되는 길을 가보자. 존재를 풍성하게 하는 지혜의 길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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