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히 소슬바람이
나뭇잎을 뒤적거려
꽃처럼 단풍들다
시름없이 떨어지고,
비워서 현악기처럼
소리 나는 나무들.
햇볕이 따가울수록
그림자는 짙어지고,
불현듯 활을 들어
바이올린 켜는 저녁,
E현이 끊어진 지 오래다.
G현만 남아 있다.
현이 끊어져도
연주한 파가니니!
활이 다 해지도록
가을의 현을 켜며
나무는 바람 불어도
낭만 삼아 노래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첫서리가 내려 마당에 핀 국화가 마지막 향기를 돋우고, 겨울철새 쑥새와 기러기 떼가 날아들고 있다. 밤하늘에는 가을에 잘 보이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눈에 띄지만, 겨울에 잘 보이는 오리온자리가 매일 일찍 뜨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니 단풍잎이 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들을 주워 매만져본다. 아하, 단풍에도 손금이 있네. 단풍은 내 손을 닮고, 손은 단풍을 닮아 단풍잎이 깔린 마당에 앉아서 단풍을 갖고 노닐다가 자꾸 헐벗는 나무를 본다.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보면 현악을 연주하는 듯하다. 저것 봐, 곱게 물든 단풍을 아낌없이 떨어뜨려 애조 띤 현악을 연주하고 있잖아!
독일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년 3월 21일~1750년 7월 28일)의 G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가 들리는 듯하다.
원곡은 1730년경에 작곡되었으며, 바이올린곡이 아니라 관현악 모음곡이다.
그때의 제목은 관현악 모음곡 제3번 라장조 작품번호 1068번 중의 "아리아(Or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이다. 아리아(Air)는 해석하면, 선율, 선율적인 곡조란 뜻으로서 이탈리아어 aria와 같은 말이다.
관현악 조곡 제3번의 둘째 곡의 아리아인데, “G선상의 아리아”는 곡은 원래 바흐가 4개의 관현악 모음곡을 작곡하였는데, 그 중에서 제3번의 2악장에 나오는 아리아, 즉 영창으로서 멜로디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19세기 바이올린 연주자 빌헬미(1845∼1900)에 의해 1871년 편곡되었는데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G선)만으로 연주되는 데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현재는 현악합주의 반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빌헬미”라는 사람이 바이올린의 4개 현 중에서 “G”선으로 연주를 하도록 편곡을 하여 그 이후로는 관현악 모음곡 제3번 전체보다도 제2악장의 아리아를 “G선상의 아리아”라는 별개의 곡처럼 독단으로 연주를 많이 하게 되었다.
마지막 잎새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G현으로만 연주하도록 G장조로 편곡한 곡, “G선상의 아리아”가 들리는 듯 귀를 기울인다. 아리따운 한 여인과 사랑의 엄숙하고 경건한 인간적인 고뇌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곡은 바흐가 작고한지 약 100년 후에 멘델스존의 수중에 들어오게 되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연주되자 유명하게 되었다.
소슬바람이 몰려와서 나뭇잎을 날릴 때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사라사테 (Sarasate, Pablo de, 1844년 3월 10일~1908년 9월 20일)의 치고이너바이젠(Zigeunerweisen)이 들린다.
이 기 동(李 紀 東)목사 부여 수암교회(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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