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나 신명기는 모세의 저작이라는 증거가 많다. 역사적 배경을 보면, 모세가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이끄는 여정에서 광야생활 동안을 기록하고 있다. 레위기는 출애굽하면서 하나의 국가 단위로 조직된 하나님의 백성을 종교적으로 통치하는 데 필요한 율법들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음으로써 정식으로 신정국가로 조직되었다.
시내산에서 기본 법률이 주어졌고 하나님과의 언약이 체결되었으며, 종교생활의 중심이 될 성막이 건립되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으로 행진을 계속해 나아가기에 앞서 성막에서 주를 경배하는 일의 지침이 될 구체적인 제사법을 알아 두어야만 했다. 레위기는 이런 역사적 상황 속에서 주어진 제사에 관련된 율법들을 다루고 있다.
레위기에는 지리적인 이동은 없다. 다만 출애굽과 함께 유월절이 이스라엘 백성의 새해 첫 달이 되었는데(출 12:2), 그 뒤 1년 후에 성막이 건립되었고(출 40:17), 그 건립된 성막(또는 회막)을 무대로 레위기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즉 출애굽 이후 제2년째 되는 첫째 달에 있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이다.
신명기에 기록된 사건들은 모세의 생애 말기, 즉 약속의 이스라엘 백성이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일어난 일들이다. 광야에서 새로운 세대가 자라났고, 출애굽 사건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으로는 모세와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여호와께 반역을 일삼던 구세대는 광야에서 모두 죽었다. 게다가 광야에서 성장한 새로운 세대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40년 동안 광야생활에서 체험했던 사건들에 관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모세는 그들을 위해 여러 사건들을 다시 설명하고 기록하게 된 것이다. 모세는 십계명과 규례들, 레위인의 율법을 반복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전에 전하지 않았던 몇 가지 새로운 율법을 첨가한다.
레위기의 독자 대상은 출애굽하여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다. 물론 신명기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상대로 저술한 것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출애굽 당시 20세 미만이었던 새 세대들을 상대로 저술한 책이다. 모세는 이제 막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될 제2세대를 새롭게 교육시킬 필요를 느꼈다.
시내산에서 처음 율법을 받은 옛 세대는 광야에서 모두 죽었다. 그래서 모세는 이미 받은 율법(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의 내용들을 차원을 달리하여 이스라엘의 제2세대에게 전달하게 된 것이다. 신명기에서는 이스라엘인에게 금지된 고기를 외국인이 먹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레위기에서는 모두에게 금지되어 있다. 레위기에서는 이스라엘과 외국인이 같은 제약을 받고, 신명기에서는 그 제약이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이는 두 율법이 서로 다른 시대상을 나타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명기 14장 4~5절을 보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짐승의 이름이 제시된다. 이는 레위기에는 없는 내용이다. 레위기에는 깨끗한 짐승만 제시되었고(레 11:3), 신명기에는 깨끗한 짐승과 더러운 짐승이 다 제시되었다(14:3~6). 신명기는 레위기에 나타나지 않는 짐승 10종이 언급되고 있다.
“너희가 먹을 만한 짐승은 이러하니 곧 소와 양과 염소와 사슴과 노루와 불그스름한 사슴과 산염소와 볼기가 흰 노루와 뿔이 긴 사슴과 산양들이라”(개역개정 신 14:4~5). “당신들이 먹을 수 있는 짐승은, 소와 양과 염소와 사슴과 노루와 꽃사슴과 들염소와 산염소와 들양과 산양과 같이”(새번역 신 14:4~5).
이 중에서 적어도 5~6종은 나일 골짜기나 팔레스타인의 산지에는 서식한 적이 없었던 것들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은 사막이나 산악고지의 암벽에 서식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애굽에서 갓 나온 이스라엘에게는 눈에 띄지 않았던 낯선 짐승들이었다. 이 짐승들이 레위기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후에 이스라엘은 이 짐승들을 잘 알게 되었다.
왜 정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을 구별해 놓았을까? 레위기 11장과 신명기 14장에서 부정해서 금지된 음식으로 구분된 것은 주로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이며, 이방 종교와 마술에서 숭배 대상이 되는 동물이다.
이러한 규정의 기준은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몸을 구별하여 바쳐서,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게 되어야 한다. 땅에 기어 다니는 어떤 길짐승 때문에, 너희가 자신을 부정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새번역 레 11:44)이다.
이 규정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이 세상의 다른 민족과 다르다는 사실을 늘 일깨워 주는 역할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택하셨고,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들의 삶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셨다. 그들이 무슨 음식을 먹는지, 곡식을 어떻게 심어 거두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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