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수용하고 용납하는 모습 속에서 우린 사람냄새를 맡게 되면서, 구수한 된장국처럼 일마다 심령이 평안(平安)케 된다.
셋째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은 분야를 초월하여 덕(德)이 있는 사람들이다.
짧은 인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덕이란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게 대하지만,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게 대하는 덕목(德目)을 말한다.
만약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때는 제거해야 할 부분은 정확히 그리고 단호하게 잘라내야 한다. 하지만 잘라내는 것으로 의사의 할 일이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더 중요한 일은 종양(腫瘍)을 잘라낸 후에는 수술했던 부위가 잘 아물도록 수술할 때보다 몇 배의 시간을 요하면서 치료해야 한다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잘라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살이 다시 붙도록 싸매고 치료하는 일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 역할을 우리는 덕(德)이라고 말한다.
세상(世上)에는 악한 세포를 기가 막히게 잘 도려내는 사람이 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원칙대로 할 말은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이 사회에는 그렇게 기술이 좋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만사 그것만 갖고는 절대로 안 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기술과 원칙(原則)이 아니라 덕이다.
덕이란 기다림이다. 덕이란 용납이다. 아니 덕이란 그와 한 배를 타는 것이다. 재래시장 같은 그런 넉넉함과 훈훈함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생을 디자인하게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덕이다.
그러므로 덕이라는 덕목만큼은 어떤 위선(僞善)도 통하지 않고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에 사람들은 덕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것이다.
주여, 지금 저에겐 무슨 냄새가 납니까.
다른 사람에게 나는 냄새에는 그리도 민감하면서 정작 저에겐 무슨 냄새가 납니까. 원하기는 당연히 사람냄새도 나야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신냄새가 나는사람이 되게 하소서.
한억만(피러한) 목사<강릉포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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