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꾀꼬리
자연과 사람 / 꾀꼬리
  • cwmonitor
  • 승인 2009.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마다 숲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눈뜨고 일어난다. 새소리 따라 뒷산에 올라가면 이미 부화되어 애벌레를 잡아먹이는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딱새, 때까치들의 어미새들이 몹시 바쁘게 날아다닌다. 벌써 숲에서 날아다니는 새끼새들도 보인다. 알을 낳기 시작한 물까치 둥지도 보인다. 이 새들은 텃새들이다. 일찍 우리 나라에 날아오는 여름새인 제비도, 호랑지빠귀도 알을 품고 있다.

저녁 늦게 소쩍새가 울어 봄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소쩍새는 여름새로서 우리나라에 4월에 와서 10월에 남쪽 나라로 날아간다. 그런데 영화 "워낭소리"에서 12월이라고 자막을 보여주며, 효과음으로 소쩍새 울음소리를 넣었다. 겨울철새인데 우리 나라에서 드물게 번식하는 큰소쩍새도 있지만, 워낭소리에서의 효과음은 분명히 소쩍새 소리였다. 소쩍새는 "소쩍, 소쩍" 또는 "솥적다, 솥적다" 하고 운다. 이와 달리 큰소쩍새는 잘 울지 않는데, 번식기에는 약하고 부드럽게 "훗, 훗" 하고 2음절로 운다. 소쩍새 울음소리만큼 시골이나 옛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새소리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워낭소리에서 계절에 맞지도 않게 효과음을 넣은 것은 무지의 소치가 아닌가. 큰소쩍새 울음소리로 약하고 부드럽게 "훗, 훗" 하고 2음절 정도를 효과음으로 넣는 것은 어떨런지?

우리 주변에 사는 새들을 잘 살펴보세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텃새가 있고,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여름철새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겨울철새가 있고, 봄과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나그네새가 있다. 꽃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지듯이 새들도 계절에 따라 이동한다. 계절에 가장 잘 순응하여 이동하는 동물이 새들이다. 우리 선조들은 삼월 삼짇날(음력 삼월 초사흗날)에 제비가 날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쩍새가 번식하는 시기라 가장 잘 우는 음력 4~5월경,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소쩍새 울음 소리를 "솥적다, 솥적다" 하는 소리로 들었다. 곧 풍년을 꿈꾸며 풍년이 될 테니까 "솥이 적다, 솥이 적다" 하고 들었던 것이다. 사실 봄, 여름에 들리는 새소리는 울음소리가 아니고, 대부분 번식하기 위하여 짝을 부르는 노랫소리이다.

나는 요사이 뒷산에 가서 혼자 숲속에 앉아 새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5월에 가장 듣기 좋은 노래는 아침에 꾀꼬리, 파랑새, 저녁에 잘 노래하는 되지빠귀 소리이다.

가장 노래를 잘 하는 새는 누구일까요? "꾀꼬리는 꾀꼴 꾀꼴", 꾀꼴 꾀꼴 노래한다고 해서 꾀꼬리라고 불렸다. 정말 꾀꼬리가 꾀꼴 꾀꼴 노래하는지 잘 들어보세요.

꾀꼬리는 밝은 노란색으로 모습이 아름답다. 부리는 밝은 분홍색이고, 눈선은 검은색으로 눈 앞에서 시작하여 눈 주위를 지나 뒷머리에서 좌우가 서로 합해져 머리띠를 묶은 것처럼 보인다. 수컷이 암컷에 비해 깃털 색깔이 밝고 산뜻하다. 노랫소리도 맑고 다양하다. 사랑할 때는 "호옹, 호오오옹",

"휘리리 비오" 하고 아름답게 지저귀고,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말을 가르칠 때는 "휘리리릿" 하고 노래한다. 주로 높은 산의 울창한 숲보다는 들녘 가까이 있는 동산의 숲 속에서 생활한다. 옹달샘에서 목욕하기도 좋아하는데, 나무에서 물 속으로 날아 내려 첨벙 물을 덮어 쓰고, 목욕이 끝나면 곧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날개를 다듬는다.

꾀꼬리는 높은 나뭇가지에 풀잎이나 나무껍질, 풀뿌리를 엮어 거미줄로 매달아 둥지를 만든다. 어쩌면 설계도도 없이 밥그릇 모양으로 둥지를 그렇게 잘 만드는지 궁금하다. 시계도 달력도 없이 우리나라에 4월 하순~5월 상순에 찾아와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고, 10월 상순에 중국 남부나 인도차이나반도, 말레이반도 등지로 날아가 겨울을 난다.

이 기 동(李 紀 東)목사 부여 수암교회(시인, 아동문학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