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 / ‘희년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연구위원

우리는 문화 명령을 수행하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세상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정치의 핵심은 정의에 있다. 정치의 핵심인 정의는 가난한 자들을 옹호하는 것과 또 반대로 억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며, 의인을 보상하고 악인을 처벌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피조물들이 당연히 받을 만한 것을 주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 질서를 의미한다.

정의 중 핵심 기초는 토지정의이다. 예수님은 십자가 보혈로, 우리에게 토지 무르기를 해주셨다. 예수님이 피 값을 대신 치르시고 우리가 잃어버린 토지권을 영적으로뿐만 아니라 육적으로도 회복시켜 주신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예표하는 출애굽 사건은 사회정치적 해방을 넘어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가 되는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여호수아는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야 할 지도자로서 우리에게 묵상과 기도를 주야로 하며 동시에 수많은 정치적 과제들을 해결하며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독교 정치세력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느헤미야는 백성의 울부짖음을 들을 줄 아는 정치지도자였고 사회의 불의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알았던 정치지도자였다. 그렇다고 그는 무턱대고 나서서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조급한 행동주의자가 아니라 중심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개혁을 완수할 줄 아는 지도자였다.

그는 백성의 힘겨운 사정을 안 지도자였고, 권력을 이용해 불의한 소득을 탐내지 않고 도리어 자기를 희생하며 스스로 모범을 지키며 산 지도자였다. 바로 이런 느헤미야의 정의롭고 희생적이며 언행이 일치하는 삶을 귀인과 민장들도 알았기 때문에, 그의 개혁 조치에 굴복하였던 것이다.

또 욥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에서 떠난 자로 하나님께 인정받았고, 토지정의가 시행되지 않고 지계표가 옮겨질 때 그 참상을 알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의로운 정치를 행한 사람이었으나, 그의 정치가 고토를 잃어버린 천민들이 자기 땅을 되찾는 것을 위한 근본적 정의를 실행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것은 그의 한계이다.

그리고 여호사밧 시대의 전쟁은 성경적인 토지 정의가 국제정치에서도 중요한 요소임을 드러내 준다.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면 타민족과 그 땅을 함께 기업으로 사용하라는 하나님의 말씀(겔47:22-23)에 불순종하고 있는 현 이스라엘의 죄악 때문에, 그리고 석유에 대한 탐욕과 세계 패권에 대한 욕망 때문에, 타민족의 토지권을 유린하며 중동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의 죄악 때문에, 오늘날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살상, 미국 9·11 테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발생했다.

헨리 조지에 의하면, 정부는 모든 사람의 자연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일, 타인의 침해로부터 개인의 평등권을 보호함으로써 자유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활동, 독점과 같이 그 해결을 개인에게 맡겨둘 수 없는 기능만을 담당해야 하지, 사회주의처럼 그 이상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헨리 조지의 정치관에 의하면 토지정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요소로서, 토지정의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다.

희년적인 토지 정의를 실행하려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대적에게 무시당하고 위협받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권능을 나타내시면, 지금 이 곳이 바로 우리 역사 안의 브라가(송축의) 골짜기가 될 수 있음을 믿고 정치 영역으로 과감히 그 첫걸음을 옮기자. 그것은 바로 정당을 결성하는 것과 같은 조급한 행동주의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치밀한 계획 가운데 먼저 소속 교회와 단체 안에 정치 소그룹을 만들고 기도 가운데 말씀(Text)과 상황(Context)을 함께 연구하여 기독교적인 정책들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며, 기독교인의 성경적인 정치의식의 확산과, 교회와 시민사회에 희년적인 토지 정의와 지대조세제의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르익을 때 정당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고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때가 차면 국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실현의 관건은 성령님께서 역사하시느냐 여부이다. 성령님께서는 지금도 창조세계를 쇄신시키시는 분이시며(시104), 부동산 투기가 악한 줄 알면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부동산 투기를 하려 하는 국민의 부패한 마음조차도 각성시키시고 바꿀 수 있는 분이시다. 성령님께는 능치 못하심이 없으시다. 그런데 성령님께서는 예수님의 이름과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 선포되는 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역사하신다.

그것은 성경이 증명하는 바이며, 2000년 기독교회사가 나타내는 바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이 십자가 보혈로 만민의 토지 무르기를 해 주셨다는 것을 전파할 때, 즉 지대조세제 운동을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에 담긴 그 충만한 의미 중 하나로 전파할 때, 성령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이 땅에서 강력하게 역사하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불신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에 담긴 그 실제적인 구원의 의미를 깨닫고 예수님을 믿는 역사들이 강화될 것이고 토지법 역시 그와 더불어 실현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이 예수님의 십자가로 통일되는 것이며, 순복음(Full Gospel)과 사회복음(Social Gospel)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통합된 온전한 복음(Whole Gospel)이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재난의 원인이었던 분열된 복음을 극복하고, 예수님이 참으로 누구신지 알지 못하고 토지불의에서 파생된 문제들로 고통당하는 열방에, 교회가 한 몸을 힘써 지켜 열방에 온전한 복음을 전파하는 총체적 선교 혹은 통합선교의 요체인 것이다. 빈곤과 고통의 땅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와 아시아와 전 세계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희년을 선포해야 하는 것이다.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한걸음씩 들어가자.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우리가 밟는 모든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다(수1장). 요셉과 다윗에게 주신 것처럼 정치영역도 주실 것이다. 바로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