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ㅣ내 안에서 타오르는 불가마
에니어그램 ㅣ내 안에서 타오르는 불가마
  • cwmonitor
  • 승인 2009.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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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보면 과거의 사건 하나가 인생 전체의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례들을 접하곤 한다.

어떤 사람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매가 무서워 병으로 도피함으로써 자기를 보호하는 삶을 살아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른이 된 뒤에도 어려움이 올 때마다 항상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도피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현실과 대면하고 그것을 극복해 가고자 하는 의지가 박약한 상태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비좁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고통을 주면서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완벽한 기준, 또는 드높은 이상과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벌주고 채찍질하기도 한다. 성공, 안정, 소유, 병과 죽음, 부정적인 상상과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죄책감, 자기 비하, 자해심리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집착과 강박은 그가 가진 행동방식( 공격형. 의존형, 움추림)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하나이다.

초인격 심리학에서 내적 참 자아로 가는 방법은 비동일화라고 말한다. 에니어그램 역시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데서 인간의 혼란과 삶의 왜곡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인간이 시달리고 있는 이 주제에 대해 성서가 기록하고 있는 성공한 인물들은 그 어떤 것과도 동일시하지 않았던 지혜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가 자기를 상처 주는 것일 뿐, 남이 나에게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인생의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믿음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특징은 어떤 상황과도 상관없이 자신 안에 상처 받을 수 없는 내적 공간 (골방)과 하느님의 형상으로서의 존귀함을 가진 ‘나’에 대한 확실한 자각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무어라 해도 자기 비하나 파괴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바빌론 포로로 끌려갔던 다니엘과 그 친구들을 보자. 그들은 자신의 신앙 때문에 불가마 속으로 던져졌다.

“그들은 하느님을 찬송하고 주님을 찬미하며 불길 한가운데를 거닐었다” (다니엘 3:24) 그 가마의 불길은 그들을 아프고 괴롭게 하지 못했다.(49-50) 성서의 핵심은 기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니엘이 처한 포로생활과 목숨의 위협 같은 외부의 어떤 위기 상황도 나로서의 ‘나’를 해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는 한 인간은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위기와 동일시하느냐? 아니면 하느님 안에 나를 두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다니엘의 상황은 우리에게 삶의 상징이 된다. 다니엘이 던져졌던 불길처럼 내 안에도 풀무 불처럼 타오르는 번뇌의 불가마가 있다. 내가 분노와 욕망과 고뇌의 불길 속에 있을 때 나의 참 영적자아는 불가마 안에서 다니엘을 보호했던 천사처럼 나를 보호한다. 내 안에는 어떤 불길도 침범할 수 없는 서늘한 지성소가 있다.

그러나 내 안에 ‘나. I AM"가 없다면 그 불길은 나를 삼켜 버릴 것이다.
초대 교인들은 시대의 물살을 거스르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불같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유로운 자녀요, 이 세상의 권력에 속해 있지 않고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믿음으로 그 불길을 이기는 용기를 얻었다.

교회사는 어떤 외적 어려움도 그리스도인의 내적 자유를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믿음의 길을 걷는 다는 것은 내가 나로부터, 이 세상으로부터 해방된 삶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몰려와도 인간의 참된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느님을 신뢰하면 하느님은 두려움의 불길 속에 있는 나를 찾아오신다. 그 때 우리는 과거의 상처와 자기 파괴의 악습에서 벗어나 사물을 올바로 볼 수 있게 되고 내가 나로부터의 자유함을 얻게 된다.

믿음은 이 세상의 권력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를 겁주고 협박하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의 미래를 확실하게 보장해 준다는 광고가 넘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런 것인가? 그런 광고는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할 뿐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주는 광고 일 수 없다. 나의 미래는 보험이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만이 나의 영원한 미래까지 책임져 줄 수 있다.

이병창 목사 / 시인·진달래교회 moa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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