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수천 아니 그 이상의 거금을 걸고 도박을 하는 기계(機械)들도 많지만, 작은 돈을 갖고도 밤새워 즐길 수 있는 카지노도 즐비하다.
결국 라스베가스에 온 사람들은 카지노에 가든 안 가든 한 사람 당 평균 300달러를 잃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도대체 얼마나 도박에 혼(魂)이 빠져있는지 이곳에선 범죄율까지 거의 없다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물이 풍부하고 기상천외한 쇼가 있고 또 카지노가 있는 그 곳은 적어도 돈이 있을 땐 지상낙원이 분명하지만, 사실은 인생의 노정에서 그 곳만큼 위험한 함정이 많은 곳도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광야 같은 인생에서 물도 중요하고 재미와 모험도 소중하지만,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은 이 모든 것보다 더 절대적 가치가 있는 일이다. 다른 것은 다 지켜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못한다면 모든 수고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라스베가스에 가보지 않아도 광야 같은 이 땅에서 우리는 날마다 깨닫고 있지 않는가.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하여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둘째는 목숨 걸고 싸워 얻었는지라 더욱 극진하다. 셋째는 마음이 가장 잘 맞아 어딜 가든 같이 어울려 다니길 좋아한다. 넷째는 남자가 가장 싫어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순종했다.
어느 날 남편이 먼 나라로 같이 떠나자고 첫째에게 부탁했는데 일언지하 거절하자, 둘째에게 말했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성문 밖까지는 배웅 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은 따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넷째는 당신이 원한다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문 밖을 나서고 있었다. 여기서 먼 나라란 죽음을 말하고, 첫째여자는 생전엔 안방 차지했던 육체(肉體)요, 둘째는 목숨 걸고 얻은 재물(財物)이요, 셋째는 친척(親戚)과 친구들이다. 넷째는 평소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마음이요 영혼(靈魂)이다.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었던 라스베가스는 물과 전기가 들어오고 그리고 카지노가 생겨나면서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장거리 인생에서 그 곳이 그냥 지나가는 여정의 하나로 재미삼아 쇼를 보고 경험삼아 카지노에 간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낙원이라 생각한 그 곳에서 모든 것을 다 잃고 페인이 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세상엔 라스베가스처럼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 수많은 유혹(誘惑)의 늞이 가득하다. 첫째부인 육체도 둘째부인 재물도 셋째부인 친척친구들도 내가 절체절명 위기(危機) 앞에선 나와 함께 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내가 살아있을 때에 육체라는 여자, 재물이라는 여자, 그리고 친척이나 친구라는 여자들에게 정신 빠져있느라, 죽음까지 나와 함께 갈 영원한 내 인생의 동반자인 영혼(靈魂)이라는 여자에 무관심하게 하는 것이 광야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유혹이었으리라.
주여,
광야 같은 세상이지만 이 땅에 물을 주시고 아름다운 많은 문화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풍요와 아름다움 이면(裏面)엔 라스베가스처럼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유혹이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이제는 적어도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고 오직 절제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만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음을 알고 오늘도 내 영혼을 돌아보게 하소서.
한억만(피러한) 목사<강릉포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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