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놓쳤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는 지구 미래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제15차 UN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UN의 반기문 총장이 10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출발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번 회의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 38층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코펜하겐에서는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기후변화 회의를 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가 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반 총장은 “유엔이 지난 9월 정상회의를 통해 온실가스 삭감을 위해 개도국을 위한 재정 및 기술지원 협의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이번 회의에서 좋은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상당히 강력한 의지를 발표한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사무총장으로서 이 문제를 추진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14일 출국하는 반 총장은 “15일 오후 고위급 회의를 주재하고 18일에는 110개 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견에는 사무총장 특별보좌역 김원수 대사와 윤여철 의전국장, 최성아 서기관과 유엔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다음은 반 총장과의 일문일답.
-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차가 큰데 이에 대한 전망은?
“신뢰의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 신뢰의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간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재정과 기술지원을 하고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권고에 따라 25~40%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해 왔다.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나라 간 격차를 해소하고 후진국들도 개별 상황에 맞춰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기후변화는 모두가 다같이 동참해야 하는 일이다.”
- 현재 분위기로는 후속협약이 어렵게 된 것 아닌가?
“올해 안에 법적 구속력있는 조약이 어렵게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코펜하겐에서 정치적으로 강력한 합의문이 도출되면 곧바로 이행될 수 있고 내년에 조약 형태로 만들어진다. 합의문은 4가지 중요한 사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온실가스 감축, 개도국도 자체 실정에 맞춰 감축을 하고 개도국에 대한 재정 및 기술 지원, 그리고 이러한 지원을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다.”
- 합의는 이뤄질 것으로 보나?
“물론이다. 110명의 정상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문제이고 세계 지도자들의 최고 관심사가 될 것이다. 코펜하겐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강력한 합의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 사무총장으로서 이번 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와 신뢰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국가 간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각 국 지도자들을 개별적 혹은 그룹별로 접촉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지난 몇 달 간 덴마크의 라스무센 총리와 긴밀한 협의를 했다. 어제도 비디오 컨퍼런스를 했다. 일부 국가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밖에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네덜란드에서 유출된 초안에 따르면 개도국에 대한 의무조항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아주 많은 다자협상에 참여한 경험에 따르면 문건이란 게 많이 나온다. 덴마크가 주최국으로서 문건을 만들어 테스트한 것일수도 있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다른 나라들도 안을 만들어 넌지시 제시해보는 일도 있다. 중요한 건 아직 공식적으로 제시된 문건이 없다는 것이다. 협의 단계에서 나온 것이니 긴장할 일이 아니다. 워킹그룹 의장이 중장기계획에 대한 공식문서를 곧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6일까지 각료급들이 협상 결과를 정상들에게 보고하면 18일 특별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데….
“세계 두 번째 개스배출국이자 세계 최대의 부국인 미국이 차지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참석은 협상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다이내믹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미국이 하원에서 통과한 17%선의 감축은 1990년 기준에 비하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2050년까지의 전체 감축 전망은 미국도 상당히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의 참석은 정치적으로 훨씬 무게가 있고 좀더 강력한 목표를 갖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합의안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는지?
“나라 간에 저항과 반발은 존재하지만 매년 100억 달러를 3년 간 조성해서 제공하는 방안은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1000억 달러를 조성해서 개도국에 지원한다는 것도 검토가 되고 있다. 그간 수많은 나라들을 접촉한 결과를 바탕으로 얘기할 수 있다. 2주 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에서 라스무센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영연방국가는 54개 국인데 최고 부국부터 최빈국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선언을 통해 동의했다. 이번에 110개 국 정상회의에서 합의 도출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고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많은 시간을 놓쳤기 때문에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 각 국의 온실가스 감축량 구체적인 수치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나?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생각은 모두 같지만 각 국이 각각 다른 기준에 따라 기준연치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이걸 어떻게 일률적으로 틀에 맞춰 발표하느냐가 과제다. IPCC에선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40% 감축하라고 했는데 미국은 2005년 대비 17%로 나오고 있고 일본은 1990년 대비해 25%, 또 EU가 1990년 대비 20%를 발표했는데 다른 나라가 하면 30%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노르웨이는 42%를 발표했다. 한국이 2005년 대비 -4% 감축한다는 걸 환산하면 BAU(배출전망치) 대비, 30%가 되기 때문에 IPCC 권고사항에 부합한다. 또 브라질은 38~42%, 인도는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25%, 중국은 에너지원단위(Energy Intensity)를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는 등 전부 일률적이지 않아서 이걸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 향후 전망은 어떤가?
“많은 나라들이 자기들의 계획을 자국 실정에 따라 발표했다는 것은 어쨌든 긍정적인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한발짝 더 나가서 국내에 입법화를 하고 UN이나 국제기구에 등록하면 어떠냐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물론 다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자발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어쨌든 내년 중반까지 조약이 만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펜하겐 합의도 구속력있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면 UN을 중심으로 협상이 계속되고 곧바로 구체적인 지원도 이뤄지게 된다.”
【UN본부(뉴욕)=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