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시간적 화해를 위한 내면 공간-3
자아의 시간적 화해를 위한 내면 공간-3
  • 김송배
  • 승인 2009.12.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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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권 시집<전주시가도>

3. 사랑은 꽃으로 피어나고
  임종권 시인의 시적 승화는 또 다른 이미지의 창출로 이어진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집합적 구원을 기대하면서 자아를 인식하거나 성찰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그의 사랑학에는 언제나 시간과 공간성의 한계 때문에 혼란스럽고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감성이 떨린다

순수한 아름다움이
내 앞에서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환상의 현실로 나타나

날 움직이는 유혹마다
수 없이 시간을 정지시키고
오직 바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소리
지금, 너는 햇빛을 머금고
내 앞에 서서

말없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내 피부에 파고 들어와
끝없이 마음을 찌르는
그 아픔이 온몸에 퍼진다

아직도, 혼란스런 사랑은
흔들리며 다가오는데
그 발걸음에 놀라

순간을 보내지 못한 채
난 떠나지 못하고
혼자 널 가슴에 안고 싶어라.

  이처럼「꽃」전문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꽃(너)’은 ‘수없이 시간을 정지시키’면서 ‘흔들리며 다가오’고 있다. 이 ‘꽃’은 사랑에 관한한 만유(萬有)의 대상이 된다. 임종권 시인이 특별히 무슨 꽃이라고 명명하지 않고 ‘꽃’이라는 공통된 사물에서 ‘사랑’을 의인법으로 대입하는 것은 이 세상 만유의 사랑으로 인도하려는 것이지만, ‘흔들림’이란 전제가 그의 ‘감성이 떨’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화에게’라든지 ‘진달래’, ‘코스모스’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의미부여와 이미지 투영을 시도하는 작품도 있다. ‘그 자리에 내가 기다린 세월이 쌓여 있고 / 너의 기다림은 붉은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해당화에게」)’거나 ‘겨울이 떠난 산기슭에 / 봄을 기다리는 그리움이 / 마른 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진달래」)’ 그리고 ‘하이얀 얼굴이 지쳐 붉어지면 / 기다림에 야윈 몸도 힘없이 땅에 눕는다(「코스모스」)’는 등 이들은 모두 ‘기다림’의 관념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임종권 시인이 이토록 절규하듯이 ‘기다림’에 집착하는 연유는 ‘사랑’을 통한 자아의 확인이며 존재의 가치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진정한 순수의 ‘눈물(-내 마음에는 눈물이 많다. -당신의 눈물은 / 새싹 돋게 한 빗물이었네. -가끔은 구름이 너에게 찾아와 / 눈물을 흘린다)’이 여과되어 ‘그리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임종권 시인이 갈구하는 이 ‘그리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영혼이다. 그가 불투명한 미지의 세계(혹은 이상향)를 ‘사랑’으로 풀어나가려는 가치의 기준을 영혼에 귀결하고 있다.

그것이 삶의 기억들 아닌가
그래서 먼 길을 가도 항상 혼자인 것은
그대가 내 영혼을 앗아간 탓이지
사랑이란 이유로
살아가는 존재라서
               -- 「먼 길을 가도」중에서

네가 존재한다는 것이
나의 실체를 말한다 해도
난 조금도 아깝지 않아
다만, 물이 끓어 증발되듯이
내 영혼이 허공으로 사라져서
영원의 끈에 묶여
인연이 된다면 난 행복하리
                  -- 「사랑할 때」중에서

  그렇다. ‘존재’의 인식은 ‘사랑’으로부터 생성된다. 그리고 ‘나’와 ‘너’라는 화자(話者)가 작품의 중심에 언제나 위치하고 있어서 ‘사랑’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시의 본령은 이런 화자의 설정과 스토리의 전개과정과 거기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들이 시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임종권 시인의 사랑학은 형이상적인 무형의 이상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존재의 절대치로 제시하는 ‘그리움’의 형체가 바로 ‘영혼’과의 합일이다. ‘너와 내가 만나 / 무한대로 향하는 숫자를 세며 / 살아갈 수 있는 곳, 에덴으로 가자(「에덴의 꿈」)’는 화자의 언술은 이를 잘 말해고 있다.

  그 ‘에덴’에는 낙원이 있고 순수가 있으며 그가 갈망하는 이상향이 있다. 이것이 ‘그리움’ 혹은 ‘기다림’의 원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그저 막연한 관념적 사유에서 구현되지는 않는다. 그는 두 갈래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 사랑이 남긴 추억들이 떨어져 / 그리움이 되었다(「낙엽」중에서)
- 이 밤 너의 생각에 / 밤하늘을 바라 본다 // 그리움이 별이 되어 / 너에게로 간다                                                                           (「그리움」중에서)

  여기에서 우리는 상하, 즉 천지(天地)의 개념으로 ‘그리움’을 발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상과 천상의 합일된 ‘영혼’의 노래를 ‘사랑’으로 승화하고 있다. ‘낙엽’과 ‘밤하늘’의 사물적 대칭에서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형상화하는 것은 실재 인간의 현실성과 미지의 미래성에 대한 조화의 기원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낙엽’은 외로움과 고독을 동반하는 절망적인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상징이라면 ‘별’은 희망과 기원이 함께 반짝이는 무한의 원대한 이상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의 대칭이나 대비가 던져주는 이미지는 인간의 연약한 심성이 시인의 혜안에 의해서 영원한 시혼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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