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별심사 마지막날인 15일 경제분야 심사는 여당 위원들의 단독 회의로 열린 가운데 뒤늦게 입장한 야당 위원들이 참석해 반발하면서 한때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여당 단독으로 끝났다.
또 한나라당은 오는 17일 오전 10시에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위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 때까지 민주당의 참여가 없을 경우 단독으로 소위 구성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등 야당 위원들은 이날 회의 시작 후 1시간30여분이 지난 오후 3시30분께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 한나라당에게 4대강 예산과 관련한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은 것과 야당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를 개회한 것에 대해 비난했다.
야당 위원들은 여당의 회의 단독 개최에 유감을 표한 반면 심재철 예결위원장 및 여당 위원들은 야당을 배려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은 입장 직후 발언권을 얻어 "야당 위원 없이 여당이 단독으로 회의를 개회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이 사과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수자원공사 이자지원비 800억원 전액 삭감 및 수공 사업 3조2000억원 자진 철회 ▲국토해양부 소관 4대강 예산 3조5000억원 중 2조5000억원 삭감(민생예산 전환) ▲사업연도 5년 이상으로 연장 등 3가지 요구안을 상기 한 뒤 "어제 야4당 등이 정부 여당에 3가지 요구를 했는데 한나라당은 오전 9시까지도, 오후 2시까지도 답을 해 오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한 뒤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오늘 회의 시작 일정은 이미 약속돼 있던 것이고, 특히 야당의 요청을 받아 오후 2시로 연기하기까지 했다. 약속을 안지킨 것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라고 반박하며 "(이 의원의 요구는) 적반하장격으로 내가 사과할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심 위원장은 특히 "오늘도 야당 위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의결사항을 의결하지 않고 정부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먼저 가진 것도 야당을 배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부별심사 후 계수조정소위 구성 및 17일부터 소위 심사 시작 ▲4대강 예산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심사 조정 ▲국회법 절차에 따른 예산안 처리 등을 언급하며 "여당이 답을 안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답을 드렸다. 그것도 그냥 말한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 대책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뒤이어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단독 예결위 개회에 대한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한나라당과 정부가움직이는 것을 보면 (예산심의를) 요식행위, 통과의례로 끌고가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같은 당 이윤석 의원은 심 위원장의 사과 불가 방침에 대해 "그건 위원장으로 덕스러운 입장이 아니다. 마치 지금부터 투쟁·강행해 권한 행사하겠다는 위원장의 의사표시로 느껴진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정책 성격상 필요한 정책인데 국민이 다소 원치 않더라도 정부는 추진해야만하는 정책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으며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야당의 요구 직후 김광림 의원이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인 '4대강 예산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의·조정·삭감·증액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의 기본입장을 표명했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은 "국회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제1,제2 당만 있는게 아니고 우리같은 비교섭단체 정당도 있다"며 "국회는 결국 국민이 위임해준 합의기관으로 여야간 논리가 다르고 명분이 달라 의사가 대립 된다면 테이블에 올려놓고 1차적으로는 여야 간사간 합의를 도출해 내고 그게 안되면 전체회의에서 여야 토론을 해야 한다"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제안했다.
심 위원장 역시 여야 간사간 협의를 촉구한 뒤 질의를 계속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 잠시 심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단상에 나와 논의를 진행한 끝에 '국민주택운용기금 변경안'을 긴급 의결한 뒤 다시 간사 회의를 위해 정회됐다.
다시 오후 7시께 회의가 재개됐지만 여야 합의 실패로 인해 또다시 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채 회의는 결국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단독회의로 끝을 맺었다.
이에 심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없는 가운데 부별심사가 진행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민주당은 4대강 관련 요구를 수용한 다음 계수조정소위를 마련하라고 한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곤란하고 계수소위에서 4대강은 제외하고 다른 것부터라도 먼저 하자고 제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야당의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민주당의 3가지 요구를 한나라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 승강이가 벌어졌고, 그러면 오늘 저녁 자리도 참여할 수 없다고 해서 모양 사납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다음 회의는 계수조정소위 구성과 관련해 오는 17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하고 회의는 종료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각 정부부처 장관들이 무더기로 자리를 비워 여당 의원으로부터 "여당 의원들만 있어 집안일이라고 생각하느냐"며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국무위원석을 보니 장관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3명만 있다"며 "오늘 아침 국무위원들 출석현황 제출한 표를 보니, 이 표에 의하면 환경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금융위원장을 빼고는 다 현장에 계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부처 및 기관들을 일일이 부르면서 장관들이 현재 어디있는지를 따져묻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관 등은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모임이 있다', ‘내일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다'는 등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차 의원은 "장관들이 꿋꿋하게 계셔야 야당 의원들이 감동하는 것 아닌가. (야당 의원들이) 가뜩이나 여러 박탈감을 갖고 있고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분들인데 (장관들이 이처럼) 들락날락거리면 되겠나, 감동을 주셔야지"라며 "사정을 들어보니 빠진 장관들이 별 이유도 안되는 것 같은데 빨리 자리를 채워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심재철 예결위원장도 "장관이 없는 부서는 연락해서 즉시 확인해 보고해달라"며 "빨리 자리를 채우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