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겨울나기
쪽방촌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겨울나기
  • 송윤세 기자
  • 승인 2010.01.2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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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한 현관문

나이 들면 병들고 생활이 어렵고 할 일이 없고 외로워서 힘들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가족이 없이 혼자 지내고 있는 노인들의 겨울은 어떨까.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의 한 쪽방촌에 살고 있는 조모(68) 할아버지. 그는 아내가 10여 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할아버지를 불러도 답이 없어 현관문을 밀어봤다. 스르르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방안에 계셨다. 현관문을 왜 잠그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들어와 봤자 가져갈 것도 없다"고 답했다.

좁은 다용도실 통로로 들어갈 때 바닥은 발이 시리도록 차가웠다. 도시가스비용이 들기 때문에 잠을 자는 방 이외에는 전혀 난방을 않기 때문이다. 사람 두 명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 할아버지가 식사를 해결하는 부엌이다. 집안을 둘러봐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 밖으로 돌아서 나가야 갈 수 있어 겨울엔 무척 불편해. 이사를 가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지… 돈은 커녕 국가에서 나오는 돈도 점점 줄고 있어. 처음엔 33만원이더니 이젠 29만원 정도 밖에 안 돼."

할아버지는 푸념했다.

성인 세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 버리는 방은 160cm가 채 안 되는 할아버지가 간신히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정사각형이다. 외풍이 들어오는 창문은 모두 테이프로 봉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은 들어왔다.

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50cm 높이의 성모상과 독서대에 올려둔 성경책이었다. 15년 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할아버지는 종교가 있어 많은 의지가 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하루의 일과는 대부분을 기도하는 시간을 중심으로 생활할 정도로 신앙이 두터웠다.

할아버지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아원이 고향이다. 그 곳에서 역시 고아였던 아내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일용직을 하며, 아내는 빌딩 청소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둘 다 고아였기 때문이었을까. 외로움을 많이 탔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녀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몸이 약했던 할머니는 몸이 약해 여러 차례 사산과 유산 등을 겪었고 결국 이들 부부는 그토록 원했던 자식은 얻지 못했다.

요즘 할아버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로 그는 더욱 그렇다.

"신부님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갈 때 외로움이 가장 느껴진다고 하던데, 혼자 잠자리에 들 때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것에 정말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요샌 우울증까지 겹쳐 참 힘드네."

조모 할아버지의 쪽방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공모(77) 할머니댁. 정갈한 할머니의 첫 인상답게 할머니의 쪽방은 작지만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청소된 할머니의 방을 보고 "허리도 불편하신데 어쩜 이렇게 깔끔하시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이 만한 방 하나 간수 못할까?"라고 웃어 보였다.

할머니댁에는 화장실이 부엌 옆에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변기 하나 들어가고 옆에는 60cm 정도의 수납장만 놓여있을 뿐 수도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할머니는 세면과 빨래를 싱크대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내가 디스크가 있어 허리가 불편한데 싱크대에서 물 쓰는 일을 다 하려니 힘들다. 하지만 어떻게 해? 치우고 닦으려면 지금 상황에서 해결을 해야지. 어떨 땐 화장실이 밖에 없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어."

인천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인천에서 2남2녀 중 큰딸로 태어났다. 돈이 없어 초등학교 2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다 일제강점기 때 돈이 없어 중퇴를 했다.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가 14살 때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 24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29살에 혼자가 됐다. 남편과 여러모로 맞지 않아 갈라서기로 했던 것이다. 자녀는 없다. 그나마 아이가 생기기 전에 헤어진 것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 새 인생을 꾸려 볼 생각은 없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쳤다.

"한 번 실패하니까 결혼에 대한 기대가 없어. 한 때는 남자들이 보기도 싫어 피해 다녔었어. 그냥 이렇게 동성 친구들하고 이야기하고 노는 게 좋아."

혼자가 된 후 어머니와 친구가 거주하고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거기서 장사와 파출부를 하며 생활했는데 이로 인해 건강이 나빠져 맹장과 허리 디스크수술을 20년 전에 했단다. 지금도 허리 때문에 고생을 한다.

"허리 수술 뒤 고생한 거 생각하면 아휴~ 말도 마.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나 싶어."

허리가 불편해 잘 돌아다니지 못하는 할머니는 주말 예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삼간다. 방에 주로 있는 할머니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TV 드라마 시청이다. "일일극, 저녁극, 주말극 등 주로 드라마를 많이 봐. 요새 가족들 사이의 갈등과 가난 때문에 오는 시련 등을 다룬 드라마가 재미있더라구."

1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값도 싸고 남동생이 살고 있는 성남으로 이사를 온 후, 취로사업으로 생계를 꾸리다 고령으로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 때부터 생활기초수급자가 됐다. "집 안의 가구도 다 엄마가 쓰던 것이고 이 옷들도 몇 번씩 기워 입은 것이다. 돈 없는 것이 한"이라고 할머니는 푸념했다.

현재 전세 800만원의 쪽방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는 5년 전부터 수급자로 매달 국가에서 23만원씩 받고 있다. 건강검진, 당뇨합병증예방약, 파스 값, 병원비와 약대, 병원에 가는 교통비와 함께 각종 세금과 생활비를 쓰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겨울에는 난방비만 4~5만원이 나와 오히려 돈이 부족하다. 하지만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살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할머니 역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친척은 오빠와 여동생이 있는데 다들 할머니보다 더 아파 연락하기 힘들다고 했다. 민족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할머니는 더욱 외로움을 탄단다.

"명절 때 사람들은 고향에 가고 친척들끼리 모일 때 그때 정말 외롭고 내 처지가 싫어져. 명절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어."

할머니는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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