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3세가 주요 사법기관 고위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터전을 닦겠다"
한인이 주도하는 아시안 사법단체가 미주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확대개편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저지 리지필드 커뮤니티센터에서 ‘US 아시안 아메리칸 사법재단'(US Asian American Law Enforcement Fondation)’이 공식 출범했다.
이날 행사는 그간 뉴욕 뉴저지를 중심으로 아시안커뮤니티와 미주류 사법기관과의 가교역할을 맡아온 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자문위원회가 명실공히 전국 조직인 US사법재단으로 거듭 나는 자리였다.
사법재단의 설립자 겸 명예회장인 데이빗 정 씨는 "최근 정치계와 교육계 등 한인의 주류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법 집행기관인 사법기관에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던게 사실"이라며 "그간 이들 사법기관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주요 사법기관의 고위직에 한인들을 진출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이 1.5세이기도 한 데이빗 정 회장이 아시안사법재단을 통해, 한인 2~3세의 사법기관 고위 공직 진출을 돕겠다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정 회장은, 2000년대 초반 뉴저지의 대표적인 한인 밀집 타운인 팰리세이즈팍에 시 의원으로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이 요원함을 깨달았다.
정 회장은 한인사회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선 사법기관과 주류정치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범아시아계의 단체 설립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식, '아시안 아메리칸 사법자문위원회'를 창립했다.
뉴저지를 본거지로 출발한 사법자문위는 2005년 뉴욕 주, 2007년엔 필라델피아 일대까지 관장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각 주 경찰청과 검찰청은 물론이고 연방정부의 사법기관인 수사국 FBI와 세무국, 노동청 등과의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갔다.
아시안계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10여차례에 걸친 노동법 세미나와 마약방지 세미나, 2세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검찰청 및 경찰청의 인턴십 제도 시행, 그리고 새들브룩 등 타운 정부의 아시안계 집행관(커미셔너) 제도 채택 등 굵직굵직한 결실을 낳았다.
정 회장은 "한인의 높은 교육열과, 뛰어난 머리에 전략을 갖고 두드리면 주요 사법기관 고위직에 2~3세들이 앉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안정된 프로그램을 위해 아시안 사법재단이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 이름에 'US'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은 미국의 현실에서 이같은 개가를 올린 정 회장은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서부의 주요 지역과 시카고 등 중부 지역에 지회를 두고 해당 지역의 한인들의 사법기관 진출에 효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공식 출범식엔 FBI(연방수사국)와 IRS(국세청), 연방 노동청과 뉴저지경찰청, 버겐카운티 세리프국과 모리스카운티 검찰청, 뉴저지 서장협의회 등 사법기관 고위책임자들이 대거 자리했고 뉴욕1-TV와 뉴저지 유력일간지 레코드 등 주류 미디어들이 취재경쟁을 벌였고 중국계의 최대 일간지 월드저널도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요 연사로 참석한 뉴욕총영사관의 박기호 신임 영사는 "한인이 주도하는 단체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사법기관 대표들을 불러, 미국 전체를 커버하는 단체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정말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뉴저지 서장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쿠글러 새들브룩 경찰서장은 "데이빗 정 설립자의 오랜 활동덕분에 연방 정부가 승인하는 큰 단체가 탄생했다"며 "아시안계의 뛰어난 청년들이 이 단체를 통해 사법기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시안사법재단은 미 50개주는 물론이고 지난해 8월 출범한 국제사법연대를 통해 한국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가 사법기관도 멤버로 영입하고 있다"며 "미국과 주요 아시안 국가 사법기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활동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