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별히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높은 교육열의 열매는 배출된 인물들이 증명해준다. 니콜라스 사르코지(Nicolas Paul Stephane Sarkozy de Nagy-Bocsa) 현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에서 이민 온 유대인 2세다. 뿐만 아니라 알렉잔드로 톨레도(Alejandro Toledo) 페루 전 대통령 부인이 또한 유대인이다.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하고서는 처갓집에 왔다고 농담을 하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외국에 나간 한국 사람들은 교회를 세우고, 중국 사람은 식당을 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유대인들도 남자 열 사람만 되면 반드시 회당(synagogue)을 세운다. 이 전통은 이미 약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회당은 유대교(Judaism)의 정기적인 예배 장소이기도 하지만 학교, 법정, 기도처, 식당, 공공 회집장소, 공동 기금 관리소, 게스트 하우스 등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남의 나라에서 나그네로 살면서 살아남기의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적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현대 대부분의 국가에서 높은 교육과 그 성취를 통해 계급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재물도 중요하다. 그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모아둔 재물과 재산을 옮기고 또한 그 많은 것들을 가지고 한꺼번에 안전한 곳으로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적재산은 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써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보통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두 학교에 보낸다. 거주하고 있는 나라의 현지 학교와 자신들이 세워 운영하는 유대인 교육기관이다. 일찍부터 이중 언어로 교육받게 한다. 언어는 인간의 삶의 최고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예시바(Yeshiva)라고 하는 회당학교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망라한다. 랍비(Rabbi)는 이 교육기관의 지도자가 된다.
회당을 통한 유대인 교육의 기원에는 로마제국에 멸망당하는 유대민족을 구한 지도자였던 1세기의 유명한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를 빼 놓을 수 없다. 주후 70년 로마인들에 의해 성전이 파괴되기 직전에 요하난 벤 자카이는 명분만으로 항전하던 강경파들이 성전과 예루살렘 도성을 장악하고 최후를 맞이하던 풍전등화 같은 때, 자기 민족이 살아남을 길을 고민하던 중 로마 장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일단 성을 빠져 나가야 했기에 꾀를 내어 먼저 제자들로 하여금 스승이 병들어 죽게 됐다고 소문을 내게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죽었다는 소문이 돌게 했다. 제자들이 스승을 관속에 넣어 성 밖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무덤이 성 밖에 있었다. 강경파들이 반신반의하며 확인하려는 시도를 봉쇄하며 위험을 넘긴 모험이었다.
성 밖에 주둔하고 있던 로마군의 감시도 어렵게 통과해 마침내 장군을 만났다. 그리고는 장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하는 첫 마디가 “당신은 반드시 다음 로마 황제가 될 것입니다” 무슨 용무로 날 만나러 왔느냐는 질문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로마가 이 도시와 이 나라를 다 파괴할 것인데 제발 학교 하나만 세워 주십시오” 그리고 “그 학교만은 파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간청한 것이다. 얼마 후에 그 장군은 황제가 됐고 약속한대로 그 학교만은 파괴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학교에서 유대인의 전통과 지혜를 가르치고 공부한 사람들이 마침내 이 천년 후에 나라를 다시 세우는 역사를 이루어낸 것이다. 유대인의 높은 교육열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인물들을 배출해 내었는가. 노벨상 수상자들의 30%를 비롯해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번스타인, 로스 차일드가, 헨리 키신저, 스티븐 스필버그 등등.
지금도 이스라엘에서 회당은 동네마다 곳곳에 세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컨테이너에서 모이는 회당, 지하 주차장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회당도 보았다. 공항이나 대형 마트, 호텔에도 회당이 있고 정규 기도시간이면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를 드린다. 비행기 안에서도, 버스기사도 차량을 운행하다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마동안 기도를 한다.
교육열로는 한국의 어머니들도 결코 유대인 어머니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조상들이 가르쳐 준, 값지고 의미 있는 역사적 전통과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지혜교육’의 측면에서 유대인들을 따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좋은 점은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