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복음서의 종말론적 경제 윤리
신약 복음서의 종말론적 경제 윤리
  • 박창수(‘희년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연구위원)
  • 승인 2010.04.1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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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종말론적인 미래를 대망하고 또 그 미래가 현재에 뚫고 들어오거나 시작되는 것을 경험하며 사는 공동체를 위한 윤리를 제시하셨는데, 그 종말론적 윤리 가운데에는 경제 윤리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의 삶은 인간관계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은 재물보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안전을 찾아야 한다. 영국의 저명한 신학자인 스탠리 그렌츠는 『기독교 윤리학의 토대와 흐름』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통치가 주는 보장을 경험하게 된다(마 6:33). 부(富)는 선한 삶에 이르는 열쇠가 아니라, 오히려 때로는 삶에 위기를 가져다 준다. 그래서 예수님은 물질적 풍요함이 자산이 되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일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이것이 가장 분명히 드러난 경우는 부자 청년이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는 것보다 자기 재산을 더 중하게 여겨 예수님을 떠나간 경우다(마 19:16-22). 이와 관련해서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 19:24).

 부자 청년과 예수님의 대화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더 깊은 윤리의 차원을 깨닫게 된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마 19:21). 왕이 원하시는 것은, 물질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 그 물질을 선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한편 마태복음을 전공한 신약학자인 양용의가 쓴 『마태복음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의하면, 마태복음 24-25장은 마태복음의 다섯 가르침 단락들 중 마지막 단락으로서, 전체적인 주제는 ‘심판’, 곧 예루살렘과 성전에 대한 심판과 마지막 때 있게 될 심판이다. 그 가운데 도둑 비유(마 24:43-44)에 의하면, 제자들은 재림의 때를 계산하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끊임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냐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의 모든 소유를 그에게 맡기리라”(마 24:45-47).

그는 바로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이다. 여기에서 ‘양식을 나눠 준다’는 표현은 경제적 분배 측면을 지시하는 것으로서, 종말론적 윤리 가운데 경제 윤리가 매우 중요함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다시 마 25:31-46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자, 곧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는,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이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고 나그네 될 때에 영접하고 헐벗을 때에 옷을 입히고 병들 때에 돌보고 옥에 갇힐 때에 와서 보는 사람이다.

이 본문도 종말론적 윤리 가운데 경제 윤리가 매우 중요함을 잘 드러낸다. 이런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고 영생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 영벌에 들어갈 것이다.

마태복음 24-25장에 의하면, 예수님의 재림의 때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임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깨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재림의 때를 위한 준비는 예수님과의 관계에 기초한 형제 사랑의 실천 가운데서 발견된다.

제자는 행위가 없는 관계와 믿음이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신약 복음서의 종말론은 윤리의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 종말론적 윤리에는 경제 윤리가 매우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신약 복음서의 경제 윤리의 핵심이 ‘희년의 윤리’임을 잘 드러내고 있는 본문이 바로 ‘나사렛 메시아 선언’이다(눅 4:16-19). 이 ‘희년의 윤리’에 기초한 사회 개혁은 경제 제도적 차원에서 인간 본성의 한계를 고려하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실현가능한 최선의 제도’, 곧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가장 정의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김영봉은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우리는 희년 정신을 개인적 차원과 교회적 차원에서 실현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정신이 사회 제도 안에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희년 정신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좋은 사상적 기초다. 칼 마르크스는 이 정신을 사회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사상적 이론을 세웠다.

그 이상은 고귀하고 제도는 탁월했다. 그러나 단순화하자면, 그는 그 이상과 제도를 실현할 수 있는 정신적 바탕을 소홀히 했다. 경제학자, 심리학자,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듯, 인간의 이기심이 해결되지 않고는 강제적으로 이 이상을 실현시킬 수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희년 정신이 사회 구석구석에 실현된다면 좋겠지만, 모든 인간의 본성이 그리스도의 영으로 치료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 이전까지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가장 정의로운 제도를 만들어 실천하는 방법밖에 없다. 갈브레이드가 말한 ‘완전하지는 않지만 실현가능한 최선의 제도’(the achievable, not the perfect, system)가 그런 것이다.”

요컨대 신약 복음서의 종말론은 윤리의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 종말론적 윤리에는 경제 윤리가 매우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종말론적 경제 윤리의 핵심은 희년의 윤리인데, 이 희년의 윤리는 개인적·교회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인간 본성을 고려한 경제 제도 개혁을 포함한) 사회 개혁의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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