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즐거운 아이들' 창녕 고암초등학교
'방학이 즐거운 아이들' 창녕 고암초등학교
  • 강경국 기자
  • 승인 2010.07.29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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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만들기 체험 재밋어요!
 여름방학 동안 전교생이 등교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영과 도자기 만들기, 피아노, 미술,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서다. 뮤지컬·영화 관람과 갯벌체험, 심지어 골프를 배우기도 한다.

이처럼 방학 동안 특별한 여름학교가 열리면서 전교생이 등교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오전 썸머스쿨 개강식이 열린 경남 창녕군 고암초등학교 강당.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 전교생 42명 중 37명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개강식이 끝난 후 도천 송강요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있습니다. 모두 즐겁게 다녀 오세요". 썸머스쿨을 기획한 김미경 교무부장(45·여).

개강식을 마친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도자기 체험학습장이 있는 창녕 송강요(대표 유현종·52)를 찾았다.

"송강(松剛)은 도자기를 하시는 분의 호이고, 요(窯)는 도자기를 뜻합니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감상하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도 도자기를 만들어 봅시다"

김 부장은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을 보며 "아이들이 잘 만들어야 할텐데…"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도자기 공방이 낯선 아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더니 송강 선생이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기 시작하자 신기한 듯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물레에 올려져 있던 점토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나선형 모양에서 타원형으로 변하더니 금세 도자기 모양으로 바뀌자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도자기가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자 소란했던 주변은 한순간 잠잠해졌다.

투박했던 흙 뭉치가 아름다운 모양의 토기로 바뀌는 게 놀랍고 신기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아이들에게도 얼굴 크기만한 점토가 주어졌다.

공방에서 배운 대로 아이들은 조그마한 손으로 흙을 가래떡처럼 길게 늘인 후 이를 다시 그릇 모양으로 말아 쌓기 시작했다.

장난스러웠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성스레 흙을 쌓거나 말아 올리는 모습은 자신의 도자기를 창조하려는 어린 도예가의 진지한 모습이었다.

30여분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토기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탄성을 내질렀고 만들기가 끝나지 않은 아이들은 급하게 손을 놀렸다.

"야호, 드디어 만들었다", "아흐, 이를 어째". 아이들은 즐겁고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첫 작품을 감싸 안았다.

아이들의 손에는 예쁘고 작은 그릇부터 접시, 잔 모양 등의 토기가 들려 있었고 장난기가 있는 아이들은 딱지와 로보트 모양의 토기를 자랑하듯 내보였다.

비록 못생겼지만 힘들게 만든 자신의 토기가 이 세상의 그 어떤 토기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무척 만족스한 표정이었다.

이처럼 이번 여름방학 동안 도자기 체험과 같은 다양한 특별활동이 계획돼 있어 학생들은 학교를 찾았다.

개강 후 첫날인 29일에는 'T셔츠 만들기' 창작교실과 학교 인근에 있는 서드에이지 요양원 부속시설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이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계획돼 있다.

30일 오전에는 창원성산아트홀에서 뮤지컬을 관람한 후 오후에는 인근 대형서점을 다녀올 계획이다.

그리고 8월2일부터는 원어민 영어 강사의 영어캠프와 태권도 강습, 미술교실, 피아노교실, 학력향상교실, 서예교실, 골프 강습, 1박2일 일정의 남해 갯벌체험 등이 계획돼 있다.

김미경 교무부장은 "2008년도 썸머스쿨을 기획했을 당시에는 학생들이 무더운 여름 동안 학교에 나와 시원한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원하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획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 받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에서 교육·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가고 싶은 학교'로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희망키움학교 사업에 선정되면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여름방학을 선물하게 됐다.

예산이 없어 학생들을 교실에서 놀게 했던 과거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시골에서 경험하기 힘든 체육강좌와 체험활동, 강습, 외국인 강사의 영어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할머니 밑에서 보살핌을 받는 시골 아이들이어서 이러한 경험은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에 안쓰러웠는데 점차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교사로써 자긍심을 갖게 된다"는 고암초등학교(교장 문수룡) 교사들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생들은 밝게 웃으며 도예교실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창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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