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조원 빚폭탄 LH공사, 묘책 마련하기 골몰
118조원 빚폭탄 LH공사, 묘책 마련하기 골몰
  • 김형섭 기자
  • 승인 2010.08.03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LH 부채증가 추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LH로 합병됐을 당시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유가 빚더미 때문이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말이다. 최근 LH의 부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의 말마따나 막상 주·토공 통합으로 LH가 출범했을 당시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H의 부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 중단 선언으로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118조 원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물어야 하는 하루 이자만도 100억 원. 하지만 거대 부채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국책사업에 떠밀려 빚더미에 올라

지난 2003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총부채 규모는 20조 원이었다. 이후 2004년 28조 원, 2005년 34조 원으로 차츰 증가하던 부채는 2006년 50조 원으로 급증하더니 2007년 67조 원, 2008년 86조 원, 2009년 109조 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총부채는 118조 원.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75조 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억 원을 넘어선다.

앞으로는 더 심각해진다. LH에 따르면 미래부채규모는 2011년 150조 원, 2012년 176조 원 등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H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데는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공급, 세종시 건립 등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H의 부채 추이는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사업과 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된 2004년 이후 증가추세를 걷기 시작했으며 세종시 사업 시행을 맡은 2006년부터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이라는 또 하나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게 되면서 미래부채도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토공 덩치 키우기 경쟁도 한 몫

전문가들은 LH 스스로 빚더미에 올라앉기를 자초한 면도 크다고 지적한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LH 통합을 앞두고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토지공사가 경기 양주신도시 옥정지구를, 주택공사는 인근 회천지구 사업을 맡아 개발한 것. 파주신도시의 경우도 토지공사가 교하지구를, 인근 운정지구는 주공이 개발하기도 했다.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시도 각각 토지공사와 주공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인 지역이다.

방만한 조직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통합 당시 LH는 6800명 가까이 되는 직원 수를 구조조정을 통해 2012년까지 5600명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이사진 및 1·2급만 일부 물갈이했을 뿐이다.

◇“자구노력도 뜻대로 안돼”

LH도 부채 감축을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LH는 공사 통합으로 중복된 사옥 15곳을 팔아 약 1조20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보유중인 토지와 주택을 팔아 23조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사옥매각은 옛 토지공사 서울본부 사옥만 537억 원에 팔렸을 뿐이다. 감정가 4014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옛 주택공사 분당 사옥을 포함해 다른 입찰에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 보유중인 20조 원 규모의 토지와 3조 원 규모의 주택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야 한다. LH에 따르면 매각하지 못한 보유 토지는 공동주택용지 11조 원, 상업용지 5조 원 등 20조6000억 원이며 미분양 주택은 1만2000가구, 3조800억 원 규모다.

LH 관계자는 “부채 감축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올해 필요한 자금은 원 채권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H는 전국 신규 사업장 120여 곳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10월께 마련할 예정이다.

◇부채해결 묘안 없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만 LH의 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LH가 스스로 감당할 만큼의 부채 규모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118조 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임대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토지를 전면 수용해 막대한 보상금 부담을 안는 대신 토지를 제공하는 환지나 대토 보상, 민간기업의 자금으로 사업을 공동 진행하는 ‘민관 합동개발’도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LH의 공공성 강화 주문도 나왔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민간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LH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3100가구 규모의 고급 주택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했다가 최근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이를 포기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수익성은 다소 낮더라도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해야 LH 스스로 위상을 높이고 부채해결을 위한 노력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