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 마을의 자랑
두들 마을의 자랑
  • 박은자 / 동화작가
  • 승인 2010.09.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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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씨 편 2.

오늘 두들 마을 사람들은 바쁩니다. 깨도 심어야 하고, 새들이 다 잘라먹은 콩을 다시 심는 일도 급합니다. 그런데 오늘 두들 마을 사람들 옷차림이 조금 이상합니다. 어제 밭에서 돌아온 후에 비누칠도 안하고 주물럭주물럭 흙물만 빼서 긴 빨래 줄에 널어놓은 바지가 다 말랐는데 그 옷으로 갈아입지 않네요.

밭에는 할 일이 많은데, 지금 두들 마을 사람들의 옷차림은 나들이 차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잔치가 벌어진 걸까요? 누가 결혼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느 집 성공한 자식이 늙으신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동네사람들을 식사에 초청을 한 것일까요?

사람들이 서두르며 말합니다.
“어서 갑시다.”

서두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먼저 가서 먼데서 오는 사람 기다려야지.”
도대체 누가 오는 것일까요? 누가 오기에 두들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단장을 하고 나서는 것일까요?

두들 마을 사람들은 양양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정말 성공한 사람이야.”

“그럼. 성공하고 말고. 우리 두들 마을의 자랑이야.”
“어디 두들 마을뿐인가? 우리 양양군의 자랑이지.”

“허허 그런 소리 말게. 양양군의 자랑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랑일세.”
“맞아. 그렇고말고. 그는 우리나라의 자랑이야.”

두들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 두들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니 양양군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사람, 그는 누구일까요?

누가 이렇게 두들 마을사람들의 자랑이 된 것일까요? 그는 도대체 어떤 성공을 이룬 사람일까요? 기업을 일으킨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일까요? 그는 국무총리나 장관쯤 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별을 세 개쯤 단 장군일까요?

그런데 누군가 또 말합니다.
“그는 아직도 스물세 평짜리 누추한 집에서 산다지?”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라도 돈을 모아서 집을 넓게 지어 주어야겠어요.”

“그럽시다. 이번 가을농사 지어서 한 번 모아보자고요. 그만한 자리에 가 있으면 부자가 되어서 떵떵거리며 살 텐데 도무지 그럴 줄을 모르잖아.”

“원래 그 사람 성정이 어릴 때부터 그랬잖아요. 가난한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요. 그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할 뿐 가난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아,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그 사람 같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업하는 사람은 기업하는 일에 열심히 할 수 있고,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짓는 일에 힘을 다하고, 그럼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겠어?”

“그건 꿈같은 이야기이지요.”
“맞아. 그런 사람은 꿈속에나 나올 사람이야. 그러니 우리 두들 마을이 얼마나 대단해? 그런 사람이 두들 마을에서 태어났으니 우리 두들 마을 자랑이지.”

두들 마을에서 태어나서 두들 마을의 자랑이 된 사람,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요?
맞아요. 그의 이름은 이재오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유세장으로 서둘러 달려갑니다. 유세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 있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다 재오 씨의 친구입니다. 또 친척들입니다. 선배들도 있고 후배들도 있습니다. 선생님도 와 계시고, 제자들도 와 있습니다. 모두가 삼촌들이자 고모들입니다.

재오 씨는 그만 목이 콱 막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듯이 말입니다.

“어르신들요. 그래도 제가 원내대표되었다고 이래 와서 인사 하는 것이 장하지 않은교?”
사람들이 박수를 칩니다. 장하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두들 마을 사람들에게 아니 양양 사람들에게 참으로 장한 사람입니다.

재오 씨는 너무나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소작농이 되어 안 해 본 농사일이 없습니다. 농촌지도자가 되겠다는 꿈 하나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을 한, 용기가 충만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대학에 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끼니걱정을 하는 처지에 부모가 어떻게 학비를 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재오 씨는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식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서는 농촌을 살릴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큰형과 둘째 형도 대학에 보내지 못한 아버지가 셋째를 대학에 가라고 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재오 씨는 큰소리를 쳤습니다. 대학에 수석입학을 하면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아버지는 그러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들이 대학에 수석입학을 할리는 없으니까요. 산골 구석에서 자란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공부보다는 농사일에 더 열심이었던 아들이, 참고서 하나도 없는 녀석이 대학에 수석합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수석합격을 하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었던 재오 씨는 교과서가 걸레가 되도록 달달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수학문제까지 통틀어 암기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니 수석합격은 당연한 일입니다.

재오 씨는 중앙대학학교 농경제학과에 수석으로 합격했습니다.
이재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자기가 목표한 일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농사를 일찍 몸에 익힌 재오 씨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먼저 익혔습니다.

그리고 그 당연한 진리를 마음에 심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참 이상한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콩을 심고도 거기에서 팥이 나기를 꿈꾸었습니다. 아니 아무 것도 심지 않고도 수천 만 섬의 곡식을 거두기를 소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땅 투기로 돈을 벌었고, 어떤 사람은 남의 특허권을 도둑질해 기업을 일으켰고, 또 어떤 사람은 지위를 이용해 남의 재물을 취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갔지만 재오 씨는 옳지 못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외롭고, 때때로 가난 때문에 슬플지라도 재오 씨는 두 발을 어디에 두든 떳떳한 것이 좋았습니다.

어떤 말이든지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재오 씨에게 정직 말고는 타협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이롭게 하는 일만 생각했습니다. 그런 재오 씨가 오늘 두들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재오 씨가 하는 연설을 사람들만 들었을까요? 두들 마을을 지키고 있는 400년 된 소나무 만지송이 듣고 화답해 주었고, 양양 땅의 하늘과 바람이 재오 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아도 떳떳하게 사는 길이 정의롭게 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길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 개인이 행복할 수 없는 나라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사람, 재오 씨는 그렇게 30년 세월동안 모든 것을 다 바쳐 가난한 민중 속에 소금처럼 녹아 버렸습니다. 이재오, 그로 인해 이 땅은 부패되는 것을 멈추고 새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에 맛을 낸 사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 사람, 그래서 지금도 그 마음이 청년인 사람, 그는 두들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이 달려가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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