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재계 총수 ‘청와대 회동’이 남긴 것은?
MB-재계 총수 ‘청와대 회동’이 남긴 것은?
  • 김정남 기자
  • 승인 2010.09.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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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를까’…대통령·재계 총수 회동에 실린 상생 ‘무게감’, 상생 합의점 찾아가는 분위기… 핵심쟁점 제도화 여부가 관건

▲ 환담 나누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총수들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청와대 회동’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에 강제규정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고, 두 번째는 2, 3차 협력업체까지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이다.

‘상생문화’를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이 회장이 2, 3차 협력업체까지 챙기겠다고 화답하면서 이번 만큼은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실제 정부에서도 납품단가 등 핵심쟁점과 관련한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상생 제도화, 어디까지?

먼저 첫 번째. 이 대통령이 ‘강제규정’ 대신 ‘상생문화’를 강조한 것은 이번 상생 화두를 대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생에 대한 의지는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대기업들은 상생 화두가 논의될 때마다 자금지원, 품질 및 기술지원, 해외시장 정보제공 등 대기업 중심적 방안들을 쏟아냈다. 제도화도 뒤따르지 않았다. 때문에 중소기업계에는 상생 화두를 접할 때마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것이라는 경험칙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기업들이 내놓은 방안의 일부에는 납품단가 조정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등 납품단가와 관련된 내용이 처음으로 거론됐다.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다”(한 중소기업 임원)는 반응도 일부 감지되지만, 이번만큼은 중소기업계가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은 “동반성장을 강제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뜻을 같이 한다”며 “이번만큼은 상생 화두가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쟁점에 대해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도 납품단가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다.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교섭권 위임 ▲대기업의 중소기업형 사업영역 침투 방지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도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들이다.

◇중소기업인, 이건희 회장 발언에 ‘기대’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두고도 중소기업계의 남다른 기대감이 감지된다.

이날 이건희 회장은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 왔지만, 그 단계가 2, 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함께 성장하는 것은 대기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데도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산업계 전반의 관계자들은 사실상 대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분석했다.

예상보다 구체적이었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2, 3차 협력업체’라는 말을 꺼낸 것 때문이다. 상생 화두의 핵심이 1차 협력업체보다는 이들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었다는 분석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이 회장의 발언과 관련 “특히 2, 3차 협력업체들이 모기업의 온기에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었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재계 사이에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간 재계 총수의 관심을 촉구하던 중소기업계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총수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번 화두를 대하는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중기 상생, 이번에는 다를까

이날 회동의 큰 소득은 업계 전반의 상생에 대한 훈풍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각자 손익계산에 분주하지만, 큰 틀로 보면 예년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일방적인 움직임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발표한 방안을 성실히 실천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납품단가와 관련한 문제에서 점점 합의점을 찾아가는 분위기인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친다”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납품단가를 전혀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부 기업은 ▲납품단가 조정대상 협력사를 확대 ▲원자재값 상승률 일부 반영 등을 거론했다.

강남훈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은 “남품단가 연동제는 안 되더라도 납품단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있다”며 “이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고, 정부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이 절실히 요구하는 바에 대한 제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이 여유가 있을 땐 납품단가에 원가를 적절하게 반영하거나 연구개발(R&D), 기술투자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납품단가를 인상해줘야 하는데 그런 문제들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갑을 관계가 워낙 심하다보니 그 다음 납품시 불이익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상생문화가 조금씩 퍼져나갈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감지된다. 재계 총수들이 직접 나서면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보면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아무래도 총수들이 그런 얘기를 꺼내면 실무진들 입장에서도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기존 실무부서 차원의 협력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공정한 거래 문화를 2, 3차 협력업체까지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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